[단독] '손연재 의자' 커블체어, 만료된 'FDA 등록증'으로 버젓이 광고

에이블루가 손연재 의자로 불리는 커블체어 광고와 마케팅을 벌이며 유효기간이 끝난 미국 식품의약처(FDA) 등록증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정원 기자

<더팩트> 취재하자 에이블루 "모든 광고에 FDA 문구 삭제"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일명 '손연재 의자'로 알려진 에이블루의 커블체어가 유효기간이 만료된 미국 식품의약처(FDA) 등록 내용을 광고와 마케팅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FDA 등록'을 마치 승인 절차가 엄격한 'FDA 승인'처럼 광고함으로써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에이블루는 지난해부터 이달 초까지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 'FDA' 문구 사용해 대대적으로 광고와 마케팅을 진행했다. 하지만 에이블루 커블체어의 FDA 등록 유효기간은 지난해 12월 만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블루는 올해도 버젓이 광고에 FDA 문구를 넣어 소비자를 유인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에이블루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FDA 제품 등록일은 2019년이며 만기는 지난해 12월로 이미 기간이 만료된 상태다. 그러나 에이블루는 올해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각종 포털 사이트와 제품 페이지 등의 광고에 FDA를 표기하며 광고 영업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는 광고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실제와 다른 문구나 이미지, 영상 등은 표시광고법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신고가 들어 올 경우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블루는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광고 등에서 FDA 문구를 모두 지웠다. 에이블루 관계자는 "지난해 (FDA) 인증 만료를 확인해 제품 페이지 및 광고에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했다"며 "이달 중 다시 FDA에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이블루는 지난해부터 이달 초까지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 FDA 문구(붉은색 동그라미)를 넣어 커블체어 광고를 진행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다음(DAUM)에 노출된 커블체어 광고. /다음 캡처

표시광고법은 부당한 표시 및 광고행위를 방지하고, 유용한 정보의 제공을 촉진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다. 위반할 경우 정정광고 등 시정조치, 과징금 등 행정적 조치 또는 벌칙(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 이하의 벌금, 조사방해의 경우 최대 2억 원, 그외 위반 유형에는 최대 1억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에이블루가 이처럼 표시광고법을 위반하면서 광고를 한 것은 코로나19 특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풀이되고 있다. 코로나19가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집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바른 자세를 잡아주는 의자인 '커블체어'가 덩달아 인기를 끌자 매출 확대를 위해 만기된 FDA 표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커블체어는 2018년 출시 이후 750만 개가 팔려나가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만료된 미국 FDA 등록을 광고와 마케팅에 사용한 것은 표시 광고법 위반과 소비자 현혹 마케팅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FDA는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및 의료기기 등이 안전하고 위생적인지 확인하고, 애완견이나 가축들의 사료, 약품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하고 신중한 시판 승인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공신력을 인정받는 기관이다.

위 왼쪽은 FDA에 등록된 커블체어 내역이다. 현재는 등록이 만료가 되어 검색이 되지 않는다. 오른쪽은 FDA 등록과 관련해 에이블루가 취재진에게 보낸 설명자료. /에이블루 제공

FDA 등록이란 기업과 제품, 공장 등의 정보를 등록하는 것을 말하며 미국에서 소비되는 제품들은 FDA 등록이 필수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 수출하려는 기업들은 가장 먼저 FDA에 제품을 등록한다. FDA 등록은 제품 카테고리와 주소, 사업지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정보만 있으면 가능하다. 반면 FDA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의약품의 경우 임상 3상까지 엄격한 시험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또 에이블루는 가구로 분류되는 의자를 판매하면서 마치 커블체어가 FDA 승인을 받거나 의료기기로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써온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커블체어 광고의 'FDA' 문구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소비자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블루의 커블체어는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와 달리 위험도가 낮기 때문에 시판 전 승인 절차 없이 FDA에 등록한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에이블루가 FDA에 커블체어를 등록한 이유는 수출 때문이다. 에이블루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커블체어를 FDA에 등록했다"며 "우리나라에서 '자세교정에 도움을 준다'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해당 표현을 사용하려면 FDA 등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커블체어 광고에 FDA 문구를 사용한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의료기기 관계자는 "FDA가 의약품과 식품, 화장품, 의료기기에 대해서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공산품에 'FDA' 문구를 넣어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가 의료기기로 오인할 수 있다"며 "자칫 소비자를 우롱하는 광고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이블루가 광고에 FDA 문구를 넣은 지난해 이후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에이블루의 연도별 매출을 보면 2017년 13억 원, 2018년 28억 원, 2019년 70억 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11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jangbm@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