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심사 까다로운 편, 중소 거래소 통과 어려울 수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연계계좌 개설 등을 위한 '검증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가운데 가상화폐 거래소의 상당수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거래소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들에 '자금세탁방지(AML) 위험평가 방법론 참고자료(지침)'를 배포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거래소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토록 규정했다.
지침에는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여부 △특금법 의무 이행 위한 조직 내부 통제 체계·규정·인력의 적정성 △가상자산 사업자 대주주 인력 구성 △가상자산 사업자가 취급하는 자산(코인 등)의 안전성 △가상자산 사업자 재무적 안정성 등이 핵심 점검 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상당수가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0여 개에 이르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부분이 실명계좌를 대부분 발급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모든 것을 다 보호해줄 수는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가 있지만 9월에 가서 갑자기 다 폐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신한·NH농협·케이뱅크 등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연동한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이들 역시 다시 평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깐깐한 심사 예고에 이미 실명계좌를 확보한 가상화폐 거래소 4곳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실명계좌를 발급해 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사고가 날 경우 은행이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면서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어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책임을 떠안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심사를 까다롭게 볼 수밖에 없단 소리"라고 전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 중인 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검증 심사는 까다로운 편"이라며 "중소 거래소들의 경우 가이드라인을 맞추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준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4대 대형 거래소 정도만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정해진 규정과 방침대로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4대 거래소의 경우 기본적인 요건인 ISMS, 실명계좌 등은 확보한 상태로, 새로 정해진 기준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이번 검증을 통해 투자자보호, 거래 안정성, 시장 투명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거래소 대이동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오는 9월 대부분의 가상화폐 거래소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의 대형 거래소로의 이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앞선 거래소 관계자는 "중소 거래소들의 존폐 여부에 대해 논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각자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하겠지만, 일부 거래소의 경우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가 문을 닫게 될 경우 해당 거래소를 이용하던 투자자들의 이동은 당연하다"며 "대형 거래소는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중소 거래소를 이용하던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대형 거래소로 이동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