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법 택한 삼성 일가, 가족애·경영권 '두 마리 토끼' 다 잡았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보유 주식에 관한 상속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분 대부분이 넘어갈 것이란 일각의 예상과 달리 유족들은 삼성생명을 제외한 모든 분할 대상 계열사를 대상으로 법정 상속비율을 따르는 '정공법'을 택했다. 재계에서는 '안정적인 경영권'과 '가족 간 화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는 지난달 30일 지분 변동 내역을 공개했다. 이날 상속내역과 관련해 관심이 쏠린 대목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4명의 가족들에게 적용된 상속비율이다.
계열사별 상속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고인의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8309만1066주를 상속받았고, 장남 이재용 부회장이 5539만4046주, 장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5539만4044주를 상속받았다.
삼성물산과 삼성SDS 두 곳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등 4명의 가족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법정 상속비율대로 나눠 각자의 몫으로 상속받았다.
홍라희 전 관장 '9분의 3',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세 남매 각각 '9분의 2'라는 법정 상속비율을 적용하지 않은 계열사는 삼성생명 단 한 곳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 주식 가운데 2075만9591주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691만9863주씩을 상속받았다. 홍라희 전 관장은 상속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가족 간 화합을 통해 경영권 안정을 꾀했다'는 재계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지배구조 정점에 있으면서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지만, 삼성생명 지분율은 지금까지 단 0.06%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상속으로 삼성생명 지분율이 10.44%로 급증, 2대 주주(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 최대 주주였던 이건희 회장의 지분 절반을 상속받음으로써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 경영권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상속인들 개개인의 핵심 계열사 지분율에 변화가 생겼지만, 기존 그룹 지배구조의 큰 틀에는 조금의 균열도 발생하지 않았다. 삼성생명 지분 상속 비율에 차등을 둔 것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 부회장을 제외한 남은 가족들의 양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게 쏠리는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생명 외 다른 주요 계열사에서 법정 상속비율을 따랐을 수도 있겠지만, 그간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가 보여준 행보를 볼 때 앞으로 상호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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