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와 제도 미비…"총수에 관한 명확하 규정 없어"
[더팩트|이민주 기자] 공정위가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의장 대신 쿠팡㈜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으로 지정했다.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안을 놓고 고민하던 공정위가 결국 원안으로 선회해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그룹)'으로 판단한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28일 공정위는 2021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달 1일자로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 71개(소속회사 2612개)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신규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은 쿠팡을 포함한 7개 회사다.
쿠팡은 이날 발표에서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쿠팡은 지난해 자산총액이 3조1000억 원에서 5조8000억 원으로 증가하며 공시대상기업집단 요건을 갖추게 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회사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공정위가 결론을 내리면서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의 그룹 총수(동일인) 지정을 둘러싼 논란도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최초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총수 미지정을 둘러싸고 '외국인에 대한 특혜'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범석 의장의 국적은 미국이다.
결국 공정위는 그간의 사례, 현행 제도의 미비점, 계열회사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쿠팡㈜를 동일인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쿠팡 창업자 김 의장이 미국법인 Coupang, 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봤지만,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의 사례에서 국내 최상단회사를 동일인으로 판단해온 점과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쿠팡㈜를 동일인으로 판단하든 현재로서는 계열회사 범위에 변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
여기에 현행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 국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외국인 동일인을 규제하기에 미비한 부분이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측은 " 현재는 동일인의 정의・요건 등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이번 지정을 계기로 동일인 정의・요건, 동일인관련자의 범위 등 지정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일을 계기로 동일인의 정의·요건 등을 마련하겠다고한 만큼, 향후 쿠팡 총수가 바뀔 여지도 남아있다.
공정위는 향후 연구용역을 통해 동일인의 정의·요건·확인 및 변경 절차 등 동일인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정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및 개선을 추진해 규제 사각지대를 방지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정책환경이 변화해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판단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했으나, 현행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당장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하여 규제하기에는 집행가능성 및 실효성 등에서 일부 문제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사례가 없고, 쿠팡이 이미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요건에 맞게 공시 의무를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게 되면 에쓰오일 등 앞서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된 곳의 사례까지 재지정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수 없다. 또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한다고 해도 국내법을 적용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