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주식 주당 140만 원에 거래
[더팩트|윤정원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공개(IPO)에 나선 가운데 건설사 시가총액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다수의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RFP를 발송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하나금융투자, 크레딧스위스(CS)증권 등이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증권사는 대부분 입찰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74년 설립된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사업, 건축 사업, 인프라 개발 등을 주력으로 하는 건설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980년대 한라엔지니어링과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링센터, 현대건설 해외건설 사업본부 설계팀을 흡수합병하며 몸집을 부풀렸다. 한때 현대건설에 합병됐으나 2001년 분리 후 2014년 4월에는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7위를 기록했다. 시공능력평가 총액은 7조6770억 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7조1884억 원, 영업이익은 2587억 원을 올렸다.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주식 가격은 연일 오름세다. 비상장 주식거래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장외 주식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비상장 주식은 주당 14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3일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질 때보다 64.71%(55만 원) 올랐다. 해당 주가 기준으로 따지면 현대엔지니어링 시가 총액은 10조6334억 원 수준이다.
다만 업계는 장외 주식시장 내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와 시총이 다소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상장이 마무리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 가치는 10조 원에 못 미칠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통상 건설사 기업가치 산정에 활용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를 추정해볼 수 있다. 대형 건설사의 PBR을 보면 △DL이앤씨 1.38배 △대우건설 1.08배△ GS건설 0.89배 △현대건설 0.83배 △삼성물산 0.76배 등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본 총계는 3조5581억 원이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과 마찬가지로 플랜트 사업에 강점을 지닌 삼성엔지니어링(1.86배)의 PBR을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6조5000억 원을 넘기게 된다. 6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 현대엔지니어링은 단숨에 삼성물산에 이어 건설사 시총 2위에 오르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조 원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감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는 4조 원 중반이 되지 않겠나. 시총 2위까지 뛰어오르기는 어려울 듯하다. 다만 TOP 5에는 무난하게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주가 기준 상장 건설사 시총은 삼성물산이 24조8560억 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현대건설(5조9464억 원) △GS건설(4조694억 원) △삼성엔지니어링(3조3418억 원) △대우건설(3조465억 원) △DL이앤씨(2조6231억 원) △HDC현대산업개발(1조 8685억 원) 등의 순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말 PT가 진행되고, 다음 달 초쯤 현대엔지니어링이 주관사를 확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진행 일정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아직 증권사 PT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고, 일정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답변했다. 시장의 예상대로 내달 초 주관사가 정해진다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시점은 이르면 오는 3분기로 예상된다. 통상 RFP 발송부터 상장까지 6개월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주관사 입찰 경쟁에서 NH투자증권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과 관련해 그동안 자문 등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IPO 역시 그룹 지배구조개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어 NH투자증권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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