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상가·토지 등 거래 시 구청장 허가 필요

[더팩트｜윤정원 기자] 오늘(27일)부터 서울 압구정과 여의도 등 4개 지역에서 토지거래 허가제가 확대 적용된다. 다만 서울시의 바람대로 재건축 단지 가격이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21일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압구정 아파트 지구 24개 단지, 여의도 아파트 지구와 인근 15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 사업 지구 14개 단지, 성수 전략 정비구역 등 총 54개 단지(4.57㎢)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해당 구역 지정은 27일부로 발효됐으며, 지정기간은 1년이다. 앞서 지정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에 더해 총 50.27㎢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이 된 셈이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 계약을 체결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주거용 토지의 경우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며 매매나 임대가 금지된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는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에 따라 투기 세력이 원천 차단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주택 가격이 안정화되고 투기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면서 "실거주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이번 토지거래 허가제 시행으로 상승 동력이 당분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은 "토지거래허가 시행으로 이들 아파트 지역에서는 집을 사면 2년 동안 실제 들어가 살아야 돼 전세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해졌다"며 "토지거래 지정으로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재편해 집값 안정화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반대 견해도 만만찮다. 시의 긍정적인 전망과 달리 일각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 확대가 오히려 집값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발표된 후 시행 이전까지 신고가로 거래되는 매물도 속속 나온 상태다.

규제 발표 당일인 지난 21일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118.12㎡는 26억 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아파트 전용면적 140.9㎡ 매물은 지난 23일 39억8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3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122㎡ 매물도 지난 24일 24억 원에 거래되며 단지 내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켠에서는 재건축 외 일반 단지로 가격 상승이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건축 단지 가격이 상승하며 인근 단지들의 시세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며 재건축 단지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인근 단지로 상승세가 번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 이후로 재건축 기대감이 오른 탓에 집값 안정화를 이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면 "이미 지난해 강남의 절반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적이 있었지만, 집값이 오르는 등 당초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08% 올라 전주(0.07%)보다 상승 폭을 확대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2월 첫째 주(0.10%) 이후 꾸준히 상승 폭이 완만해지는 등 이달 첫째 주에는 0.05%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주 10주 만에 다시 상승하면서 2주 연속 상승폭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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