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김범석 쿠팡 의장 '총수' 지정하나…업계 "선례 없어"

김범석 쿠팡 의장의 그룹 동일인(총수) 지정 여부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공정위, 쿠팡 총수 시정 여부 전원회의서 결정…일각서 이중 규제 지적도

[더팩트|이민주 기자]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자 의사회 의장의 그룹 총수(동일인) 지정 여부를 놓고 업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당초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그룹) 총수로 지정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하면서 '총수 지정이라는 선례가 없는 결정에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와 '총수 미지정은 외국인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이 맞서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21일) 김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를 전원회의 토의안건으로 올렸다. 이르면 이달 말 총수 지정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점쳐진다.

쿠팡은 지난해 기준 자산 총액이 50억6733만 달러(5조7000억 원)를 기록하며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 요건을 갖추게 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회사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으로서의 '몸집'을 갖추면서 김 의장의 그룹 총수(동일인) 지정 문제도 덩달아 수면에 올랐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따로 총수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조문에 근거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자'로 해석한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 창업자이자 가장 많은 의결권(76.7%)을 갖고 있다. 문제는 김 의장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공정위는 관례에 따라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는다. 외국인의 경우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사례는 없다.

이에 공정위는 당초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정치권을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 특혜라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자 공정위는 결국 전원회의 안건 상정이라는 이례적 선택에 나섰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인만큼 업계에서는 자칫 공정위 조치가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선화 기자

일각에서는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계 기업 사례를 고려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는데다 자칫 외교적인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쓰오일과 한국GM은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돼 있다. 에쓰오일의 경우 모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최대 주주는 사우디 황실이며, 한국GM은 미국 GM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총수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고는 하지만 선례도 없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의장의 총수 지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최혜국 대우는 미국인 투자자가 제3국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법조계는 쿠팡을 미국기업으로, 김 의장을 외국인 투자자로 판단한 것이다.

쿠팡이 이미 뉴욕증시에 상장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중 규제'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그의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과 배우자가 공시 의무대상이 된다. 그러나 쿠팡은 미 연방규정(CFR)에 따라 공시 의무를 다하고 있다. 공시 범위는 국내 상장사가 공개하는 부분 이상으로, 동일인과 가족, 회사 5% 주주, 임원, 그들의 가족의 이해관계까지 기재해야 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 의장의 총수 지정이 쿠팡 성장세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총수를 누구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쿠팡이 적용받는 제재와 공정위 규제 대상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준대기업으로 지정되면 △총수 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공시의무(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기업집단현황·비상장사) 등 규제를 받는다.

특히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면 쿠팡 주식회사뿐만 아니라 쿠팡 Inc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 Inc와 그 이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이들이 보유한 회사도 규제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된다. 쿠팡 Inc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법인으로 국내 사업자 쿠팡주식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즉 쿠팡이 향후 해외 사업을 위해 설립하게 될 법인들 역시 국내법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총수 규제가 쿠팡과 같은 떠오르는 산업군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더라도 규제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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