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證, 운용관리·자산관리 수수료 전액 면제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삼성증권이 국내 최초로 IRP 계좌에 붙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고객유치에 팔을 걷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최근 IRP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와 맞물려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국내 최초로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상품을 19일 출시했다.
이날 출시된 '삼성증권 다이렉트IRP'는 가입자가 근무한 기업에서 지급한 퇴직금과 본인이 추가로 납입한 개인납입금 모두에 대해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를 면제하는 상품이다.
IRP 계좌는 은퇴소득 마련을 위한 퇴직연금 계좌의 일종이다. 연간 최대 700만 원 납입한도까지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연말정산 등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꼽힌다.
또한 해당 계좌에서 투자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이보다 낮은 3.3~5.5%의 연금소득세로 과세된다. 더불어 퇴직금의 경우 IRP 계좌에 입금하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 30%를 감면해주는 세제혜택도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미국 등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해당 계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IRP 계좌에서 해외주식형 펀드, 국내에 상장된 해외자산 추종 ETF 등을 거래해 차익이 발생할 시 일반 계좌의 배당소득세(15.4%) 대비 낮은 연금소득세(3.3%~5.5%)로 과세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금융사들은 IRP계좌에 대해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를 책정해 부과하고 있다. 이 두가지를 합칠 경우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금융사별로 연간 0.1~0.5% 수준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두 수수료를 모두 면제해 장기 투자상품인 IRP 가입자들에게 수익개선 혜택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장기 투자 상품인 IRP에서 투자자가 수수료를 전액 면제받는다면 향후 수익률 차이가 커질 수 있다. 퇴직자가 퇴직금 3억 원으로 20년간 연 3% 투자수익을 내며, IRP 잔고 금액을 연금으로 나눠 연금을 수령할 경우 최대 1000만 원 가량 수수료 절감이 가능하다.
최근 IRP 시장이 주목받은 만큼 증권업계 내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은 지속돼 왔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6월 말까지 진행하는 이벤트를 열어 이 기간에 자사 IRP와 개인연금에 신규 가입하고 연금펀드를 일정 금액 이상 순매수하는 고객에게 커피 쿠폰과 모바일 상품권 등을 지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사 영업점 계좌로 일정 금액 이상 IRP를 가입하거나 타사에서 계좌를 이전하는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커피 쿠폰과 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벌였다.
그러나 삼성증권의 이번 상품 출시로 인해 업계 내 IRP 수수료 인하 경쟁이 본격 점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증권은 이번 수수료 전액 면제 상품 출시를 기점으로 연금판을 뒤집겠다는 목적을 내비친 바 있다.
사재훈 삼성증권 채널영업부문장 부사장은 "언택트 트렌드 부상과 함께 연금시장에도 비대면 자기주도형 투자자들이 주류로 떠올랐지만 수수료 체계는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이렉트 IRP 출시와 함께 연금 투자자들의 실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투자자들의 노후준비에 실질적 도움을 드리는 고객중심의 연금영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증권업계 내 퇴직연금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와 맞물려 회사마다 앞다툰 수수료 인하 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증시가 호황을 보이면서 퇴직연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보험사들이 잡고 있는 확정급여(DB)형에서 점차 증권사들이 주도하는 확정기여(DC)형, IRP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자사로 계좌를 옮기거나 신규 고객에게 수수료를 인하해 주는 등의 경쟁이 지속돼 왔지만 삼성증권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대형사를 위주로 업계 전반이 IRP계좌 수수료 인하 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