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이재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 빗겨간 '에루샤' 활짝 웃었다…욕설·갑질 김우남 자진사퇴 가능성은
[더팩트ㅣ정리=이재빈 기자] -봄이 오나 싶었건만 주초부터 비가 내리면서 많이 쌀쌀한 한주였습니다. 동학개미분들에게는 한층 더 쌀쌀한 한주였을텐데요. 남양유업의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억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가 무리수 마케팅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명품업계에서는 '명품 3대장'으로 꼽히는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이 지난해 뜨거운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돈이 명품업계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코로나19가 전화위복이 된 셈입니다. 반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을 보내는 와중에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이 논란이 되며 더 큰 타격을 입은 곳도 있습니다.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이 직원들에게 갑질과 욕설을 퍼부었다는 논란입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씨티은행 소비자는 물론 임직원들도 무탈하길 바랍니다.
◆ 남양유업 불가리스 논란···업계 "무리수 마케팅"
-이번 주 유통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는 셀프 발표를 해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다만 내용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게 문제였고 바로 부정적 파문이 확대됐습니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에 대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세에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안정성 이슈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억제한다는 결과가 신뢰성이 있는 것인가요?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 면역연구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의 실험실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효과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해당 발표 후 신뢰성에 의구심이 증폭되자 질병관리청은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로, 인체 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원리를 검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예방·치료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과 치료효과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해당 발표로 주가가 일시적으로 들썩이고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불가리스 품절사태까지 일어났다죠?
-네. 맞습니다. 발표 당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 대비 8.57% 상승한 38만 원에 거래를 마쳤고, 시간 외 거래에서는 41만8000원까지 엄청나게 치솟았는데요. 실제 일부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불가리스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발표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식약처는 해당 연구에 사용된 불가리스 제품, 남양유업이 지원한 연구비 및 심포지엄 임차료 지급 등 연구 발표 내용과 남양유업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번 심포지엄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을 홍보한 것으로 판단해 남양유업 관할 지자체에 행정 처분을 의뢰하고 경찰에 고발 조치했습니다.
-식품법 제8조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고 본 겁니다. 남양유업도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남양유업 이같은 조치로 소비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셀 수밖에 없었는데요. 특히 남양유업 발표 내용을 믿고 주식을 사들였다가 주가 급락으로 고점에 물린 개인투자자들은 화병에 걸리거나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누리꾼들은 "기자회견이 장난이냐". "계획된 주가조작 아니냐", "기가 막히다", "백신 안 맞고 불가리스 마시면 되는 거냐" 등 대부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지 사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한마디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죠.
-업계는 남양유업의 이번 행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일색입니다.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는 거죠. 극도로 민감한 코로나19 관련 제대로 검증 절차도 없이 무리한 마케팅을 벌였다는 지적을 쏟아냈습니다. 일각에선 이를 통제하고 이끌어나갈 리더십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옵니다. 즉 '홍씨 일가' 경영진의 무능을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남양유업은 최근 홍원식(71) 회장의 두 아들을 경영에 전면 배치하며 3세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45) 상무는 새로 꾸려진 ‘기획마케팅총괄본부’의 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차남 홍범석(42) 외식사업본부장도 디저트카페 브랜드 ‘백미당’ 대표를 맡아 회사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상태인데, 고령의 홍 회장 체제에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불가리스 사태가 터진 것이지요.
-식약처와 경찰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피해를 입은 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남양유업의 주가조작 혐의로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의 향후 조치가 나올 지도 주목됩니다.
◆ "샤넬백 10개 중 1개는 한국인이 샀다"…코로나 빗겨간 '에루샤'
-유통업계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명품 3대장'으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실적이 공개됐다고요.
-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계가 침체기에 빠졌었는데요. 3대 명품은 오히려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세 회사 모두 지난해 1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코로나19이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매출이 30% 이상 증가한 것이죠.
-그간 베일에 꽁꽁 싸였던 실적이 어떻게 공개된 건가요?
-에루샤 등 해외명품 기업의 국내 법인은 유한회사로 그동안 한국에서는 외부감사와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외부감사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는 자산이나 매출이 500억 원을 웃도는 유한회사도 공개 의무가 생긴 것이죠.
-그렇군요. 실적을 조금 더 자세히 보고싶은데요. 국내 영업이익 1등 명품은 어디로 나왔나요.
-국내 영업이익은 루이비통이 1위, 샤넬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176.7% 늘어난 1519억 원의 영업이익을,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149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34% 성장했죠. 에르메스는 전년보다 15.9% 늘어난 133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전 세계 오프라인 리테일이 마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루이비통과 달리 온라인 판매를 전혀 하지 않는 샤넬의 성과는 유독 돋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한국인의 샤넬 사랑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죠?
-네. 국내 샤넬의 인기는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오픈 런' 현상에서도 드러나는데요. 샤넬 한국법인 실적 공개 이후 샤넬 제품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소문에 한파 예보가 있었던 지난 14일에도 주요 백화점 앞은 새벽부터 '오픈 런'한 소비자들로 북적이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 역시 "샤넬은 매장 당 매출이 1000억 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더니 우스개가 아니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덤덤한 눈치입니다.
-3대 명품 브랜드들의 본사 송금 규모도 상당할 것 같은데요.
-네. 에루샤의 합계 순수익만 해도 2757억 원에 달하는데요. 이익 중 대부분은 유럽 본사나 홍콩 등 아시아법인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연초부터 명품 소비가 급증하고 3개 브랜드 모두 가격까지 올려 올해 3대 명품 브랜드들의 본사 송금 규모는 2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업계 한 관계자는 "3대 명품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명품 업체들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어 올해 이익 배당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가는 대신 유럽 명품업체에 돈을 입금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벌어가는 것에 비해 국내 투자나 고용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샤넬코리아와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각각 6억720만 원, 3억529만 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는데요.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루이비통코리아는 기부금이 0원이었습니다. 국내 광고선전비도 최대 절반 이상 줄였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비도 대폭 감축했습니다.
-고용도 아쉬운 수준인데요. 현재 직원수는 샤넬 1366명, 루이비통 809명, 에르메스 286명 수준입니다.
-그렇군요. 명품업체들의 수익률에 비해 국내 투자비가 조금 씁쓸한 것 같네요. 패션업계의 승자독식 구조가 견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 청와대 감찰에도 김우남 회장 버티는 이유는
-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이 권력을 남용해 자신의 보좌관을 채용하려고 했다가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심지어 김우남 회장은 인사팀이 규정을 이유로 특혜 채용이 어렵다고 직언하자 욕설과 폭언으로 대응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이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김우남 회장은 지난달 취임식 직후 자신의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채용하려 했습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시도한 셈입니다.
-하지만 낙하산 채용이 불발에 그쳤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김우남 회장의 지시에도 한국마사회 인사팀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특별채용이 불가능하다고 직언했습니다.
-김우남 회장은 직언을 받아들였나요?
-아닙니다. 김우남 회장은 직원들이 권익위의 권고에 따라 업무를 진행했음에도 자신의 측근을 채용하지 못하자 욕설을 일삼았습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우남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 X끼가 이게 뭐", "어느 X끼가 반대했다고 어느 X끼가 이런 얘기를 했다는 걸 알아야 될 것 아니냐", "너 처음에 뭐라고했어 이 X끼야" 등의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김우남 회장이 상사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네요. 사건이 공론화됐는데 정부에서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청와대가 직접 나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 한국마사회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습니다. 이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15일 곧장 조사에 착수,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감찰에 착수했다면 김우남 회장은 자진사퇴 수순을 밟겠네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김우남 회장은 지난 15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불미스런 언행으로 실망을 안겨드려 너무도 죄송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자진사퇴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감찰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맞는 책임을 지겠다"고 표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김우남 회장이 감찰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퇴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입장을 우회해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우남 회장은 노조의 성명 발표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논란이 보도된 다음 날에도 평소처럼 출근을 이어갔습니다. 복수의 한국마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우남 회장은 평소처럼 K9 업무 차량을 타고 연일 출근하는 중입니다. 16일에는 여권 인사인 강기갑 전 의원을 만나 점심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마사회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대부분의 직원이 김우남 회장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복수의 재직자는 직원 과반수가 자진사퇴 외에는 답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직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은 김우남 회장, 하루빨리 책임을 통감하고 결단을 내려야할 것으로 보이네요.
◆ 결국 '철수' 카드 꺼낸 한국씨티은행…고객 불편 불가피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한국씨티은행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금융에 대한 철수를 공식화했다면서요.
-네,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 15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 사업에서 출구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한 지 17년 만에 '철수'하는 것이군요. 어떤 방식으로 철수가 진행될 계획인 거죠?
-아직은 '한국에서 소비자금융 사업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일정이나 계획이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한국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에서 철수하고 기업금융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소비자금융에 대한 철수가 본격화된다면 기존 고객들의 불편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한도 등의 조건이 좋아서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씨티은행의 고객 대출 자산은 24조7000억 원입니다. 또한 개인 고객이 맡긴 예수금은 27조3000억 원에 달합니다. 씨티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많은데요. 지난해 말 기준 씨티카드 회원 수는 개인과 법인이 각각 104만8000좌(계좌)와 4만8000좌로 집계됐습니다.
-만기 연장이 어려워지거나 상품 이용이 돌연 중단될 우려가 있겠네요.
-네, 다만, 기존 고객들이 위험해지는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매각이 될 경우 포괄양수도로 그대로 이관이 돼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단계적 축소를 결정하더라도 기존의 예금·대출 고객이 남아 있으면 끝까지 영업을 유지해야 합니다. 한국씨티은행 측도 "향후 고객들의 은행 이용에 불편함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세부 계획을 수립하여 이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군요. 고객들도 불편을 겪겠지만, 아무래도 해당 소식이 전해지고 가장 걱정을 많이 한 사람은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네, 소비자 금융이 철수하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임직원 수는 3500명이며, 이중 소매금융 부문 임직원은 939명입니다.
-하루빨리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 안정 등에 대한 세부 계획이 수립돼야겠습니다.
fueg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