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스타리아', '스타렉스' 흔적 완전히 지운 진짜 '다목적차량'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브랜드 최초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출시 이후 현대자동차(현대차)가 또 한 번 디자인 실험에 나섰다.
'승합차'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종일지 모르는 '스타렉스'의 단종을 선언하고, 그 후속 모델로 '스타리아'라는 이름의 다목적차량(MPV)을 내놨다. 1997년 이후 22년 만에 사실상 이름도, 디자인도 통째로 바꾼 풀체인지다.
지난달 18일 현대차가 스타리아의 내·외장 디자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을 당시 화제를 모았던 부분은 바로 신차의 디자인이다. 직선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는 매끈한 곡선 실루엣에 후드와 범퍼를 가로지르는 얇고 긴 차폭등과 주간주행등(DRL)을 달고 등장한 스타리아의 생소한 외관은 혹평과 호평을 둘째치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의 파격을 보여줬다.
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처음 본 스타리아의 첫인상 역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봤었던 생소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별 사이를 유영하는 우주선 외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는 현대차의 설명대로 마치 어릴 적 놀이공원이나 공상과학 만화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미래차'의 실사판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전면부를 비롯해 측·후면 어디에서도 전작의 '승합차'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디자인에 관한 평가는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MPV로서 상용차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스타리아의 진짜 특징은 '밖'보다 '안'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차는 스타리아의 정식 출시 전부터 각종 자료를 통해 이번 신차의 특장점으로 '넓은 실내공간'과 '개방감'을 꼽았는데 결코 '허황된 자평'이 아니었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부터 탁 트인 시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아 '카니발'은 물론이고,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짧은 보닛 디자인을 통해 느껴지는 전면 시야는 화물차 '포터'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1열 좌우 창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운전을 하다 보면 가끔씩 창문을 연 채 왼쪽 팔을 밖으로 빼둘 때가 있다. 운전석에 앉아 창문을 끝까지 열었을 때 허용되는 시야라고 해봐야 보통 옆구리 높이지만, 스타리아는 그 범위가 골반 높이까지 이어진다.
측면부 역시 벨트라인을 최대한 낮추고 통창형인 파노라믹 윈도우를 적용, 개방감과 가시성을 한층 높였다. 특히, 한옥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차경(借景)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통창은 개폐 방식도 일반 가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창문 새시처럼 옆으로 여닫는 방식을 채택해 마치 전망 좋은 집 안에서 멋진 뷰를 바라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스타리아 라운지 2.2 디젤 7인승 모델로 '듀얼 선루프'가 옵션에 포함됐다. 파노라믹 윈도우와 선루프까지 더해지면 단언컨대 국내에서 판매되는 양산형 모델 가운데 개방감만큼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고 넓은 창문 못지않게 실제로 넉넉한 차체 크기가 제공하는 실내 공간도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스타리아는 전고가 1990mm, 전폭 1995mm, 전장은 5255mm다. 높은 전고에 낮은 지상고를 적용해 약 1380mm의 실내 높이를 확보했는데 이는 어린 자녀들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2열과 3열을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시트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7인승 모델의 경우 1열과 2열에 각각 독립된 좌석이 있고, 3열에 3명이 낮을 수 있는 시트를 배치한다. 스타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2열의 경우 눕는 자세가 가능한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가 적용됐다. 버튼 조작만으로 종아리 받침을 올리고 상체를 뒤로 기울이는 자세를 맞추면 고급 안만의자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이날 행사장에는 7인승 모델 외에도 라운지 9인승과 스타리아 투어러 11인승 모델도 전시됐다. 각 모델에 적용된 시트 실용성은 릴렉스 시트의 안락함 못지않은 만족감을 준다. 9인승의 2열에는 180도 회전이 가능한 스위블링 시트를 적용, 마치 KTX를 타고 이동할 때처럼 2열과 3열에 탑승한 승객이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시트를 차량 바깥쪽으로 90도 회전 시켜 편리하게 카시트를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일반 모델인 스타리아 투어러(9∙11인승)에는 2열부터 전좌석이 완전히 접히는 풀 플랫 시트가 적용돼 차박이나 캠핑 등 야외활동을 할 때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탈(脫) 승합차'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주행 때에도 느껴진다. 기본 적용된 차로 유지 보조(LFA) 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선택 사양인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준대형급 이상 고급 세단의 그것과 차이가 없다.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뗀 상태로 육중한 차체가 부드럽게 차선과 차 간을 알아서 맞춘다.
마지막으로 달리기 능력을 살펴보자면, R 2.2 VGT 엔진이 탑재된 디젤 모델은 제원상으로 최고출력 177마력과 최대토크 44.0kgf·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 연비는 자동 변속기 기준 ℓ당 10.8km(수동 11.8km)다. 제조사에서 공개하는 수치가 쉽게 와닿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차량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실제 주행에서 보통의 성능을 보여준다. 적당한 가속과 제동이다. 그러나 '투싼'이나 '싼타페'와 같은 SUV 모델의 가속력을 기대한다면, 답답하다. 특히, 급하게 추월을 할 때는 반드시 반대편 교통상황을 체크해야 한다.
스타리아의 판매가격은 일반 모델(디젤 기준)의 경우 △카고 3인승 2726만 원 △카고 5인승 2795만 원 △투어러 9인승 3084만 원 △투어러 11인승 2932만 원이며, 고급 모델 스타리아 라운지는 △7인승 4135만 원(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 △9인승 3661만 원(2열 스위블링 시트 기본 탑재 등)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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