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10일 만에 발 빼는 오세훈?…부동산 공약 공수표 될 우려

선거 과정에서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주창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선 10일도 안 된 시점부터 규제 전면 완화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임영무 기자

'35층룰' 완화 논의 미진행…전문가 "재건축 쉽지 않아"

[더팩트|윤정원 기자] '스피드 주택 공급'을 공언해 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 이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민간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통한 18만5000가구 규모 주택 공급과 35층 층높이 제한 완화 등을 주창했지만 규제 전면 완화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15일 도시계획국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관련 업무 보고를 받았지만, 이날도 한강변 아파트 '35층룰' 완화를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도시기본계획은 서울시에 적용되는 최상위 도시계획으로, 2040년까지의 토지 이용·개발 구상을 담고 있다. 35층룰의 완화나 폐지 방안에 대해선 추후 별도 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한 방송에 출연해 "'당선 일주일 안에 재건축 시동을 걸겠다'고 말한 건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취임 후 판단해보니 일부 지역에 거래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며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칫 집값이 다시 뛸 경우 자기 책임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층고 완화는 서울 강변 스카이라인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정책으로, 서울시장 전결로 가능하기는 하다. 아파트 층수 제한이 풀리면 대체로 고층 아파트에 대한 욕구가 강한 대치동 은마, 압구정 현대,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사업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서울 강북지역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이 오세훈 시장의 첫 50층 재건축 단지로 조성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에 따르면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준비위원회는 지난달 8일 서울시에 사업시행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업시행인가 승인은 보통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제출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인가 여부가 결정된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과 함께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윤정원 기자

다만 층고 완화 외 용적률 규제 등과 관련해서는 난항이 예상된다. 오 시장의 언급처럼 35층 층고 제한이나 용적률 규제를 풀려면 도시계획위원회나 시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데 도시계획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쪽에 가까운 데다 서울시 의회는 여당이 압도적이다. 오 시장이 서두른다고 일이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35층 층높이 제한은 오 시장이 풀 수 있을지 몰라도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초과 이익 환수제, 용적률, 안전진단, 분양가 상한제 등은 법이나 시 조례를 바꿔야 하는 문제여서 재건축이 앞으로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0.3으로, 지난주(96.1)보다 4.2포인트 올라가며 기준선(100)을 넘겼다. 지수가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7% 올랐다. 올해 2월 첫주 0.1% 상승한 이후 매주 상승률이 줄어들며 지난주 0.05%까지 낮아졌으나 이번주 2개월여 만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오 시장의 공언 탓에 특히 재건축 단지들의 상승세가 거센 분위기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99.38㎡는 이달 1일 28억원에 매매돼 지난해 11월의 26억원 대비 2억원이 뛰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160.28㎡는 지난 5일 54억3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면적이 지난해 12월 7일 42억5000만 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하면 11억8000만 원이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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