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회의서 "中 맞서자" 요구…삼성전자 '딜레마'

삼성전자가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반도체 회의에 참석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다. /더팩트 DB

조 바이든 대통령 "미국을 위해 단결하자"…삼성전자에 투자 요구

[더팩트│최수진 기자] 삼성전자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삼성전자를 부른 반도체 회의에서 대놓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자고 말하며 투자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른 시일 내 현지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중국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중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조 바이든, 삼성전자 앞에 두고 "반도체 투자 더 해라"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업계와의 온라인 이벤트를 열고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에 대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반도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TSMC, 인텔, 마이크론 등이 참여했으며, 완성차 업계에서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자리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회의에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석했다.

이날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반도체 부족 현상은 미국 노동자와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문제는 우리 경제 및 국가 안보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 백악관은 반도체 칩 부족 영향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직접 듣고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또한, 우리가 다시는 이 같은 사태에 직면하지 않도록 추가 반도체 제조 능력을 장려하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미국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며 "미국은 오랜 기간 크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의 방향을 바꾸고 지배할 공격적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역시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프라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며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미래에 투자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한 여러분 모두와 협력할 준비가 됐다. 우리는 미국 전역의 노동자와 미국 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분이 필요하다. 미국을 위해 단결하자. 글로벌 경쟁에 맞설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자"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추가 투자를 확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웨이퍼를 들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 美, '중국' 맞서기 위한 투자 강조…삼성, 어떤 입장 내놓나

특히,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반도체 웨이퍼(얇은 실리콘 기판 소재) 소품까지 들고 회의에 참석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회의가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한 기업들의 구체적인 대응이나 추가 발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을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해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 움직임에 힘을 보태라는 압박을 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서도 조만간 미국 반도체 투자 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이번 회의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와 현지 투자를 강조한 만큼 이와 관련한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삼성 파운드리 공장(오스틴 공장) 증설 시기를 앞당기거나 투자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스틴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미국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짓기로 하고 후보지를 검토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그간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던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타 반도체 업체 대비 기술력이 좋은 삼성전자는 구식 기술인 차량용 반도체(8인치 웨이퍼) 비중을 낮추고 최첨단 고성능 12인치 웨이퍼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번 회의로 인해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삼성전자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규모를 늘리게 될 경우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압박을 받을 우려가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40% 비중을 차지하는 곳으로, 해외 국가 가운데 1위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향 반도체 수출 규모는 월 10조 원 수준이다. 아울러 삼성전자 역시 중국 상하이, 시안, 쑤저우 등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판매법인 및 반도체 생산라인 등을 운영하고 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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