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4무(無) 대출'…은행권 "이론상 가능하지만...글쎄"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공식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은행권은 오세훈 시장의 공약 중 하나였던 4무 대출과 관련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책 실현에는 의구심을 표했다. 사진은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시청에 출근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은행권 "시민 주머닛돈으로 자영업자 살리는 격 될 것…부실 대책 필요"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지난 8일 57.50%의 득표율로 서울시장직에 다시 오른 오세훈 시장이 공식 임기를 시작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오 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른바 '4무(無) 대출'에 대한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업계는 '4무 대출'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책 실현에는 의구심을 표했다.

13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약으로 '4무 대출'을 내걸었다. '4무 대출'이란 신용보증재단 보증료를 전액 면제해줘 '무보증료', 대출 이자 역시 서울시가 대신 내주는 '무이자', 간편한 대출 신청을 위해 '무담보'‧'무서류'를 표방한다.

지난 10일 선거 유세 당시 그는 "시장이 되면 서울시 서울신용보증재단이라는 금융기관이 있는데 중소상공인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보증재단이 되도록 하겠다"며 이같은 공약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최대 1억 원 한도로 대출해주는 것이 핵심인데,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신보)이 보증하고, 서울시가 이자를 대신 내는 방식이다. 다만 2019년 대비 매출이 30% 이상 감소한 자영업자로 지원이 한정된다.

은행권은 오세훈표 4무 대출과 관련 연체 등 부실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DB

이러한 가운데 은행권은 이러한 '오세훈표 4무 대출'과 관련 회의적인 반응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책 현실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4무 대출'이 이론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며 "공약을 살펴보면 서울신보가 보증하고 서울시가 이자를 대신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출연금' 문제와 별개로 가능한 부분이다. 위험성은 서울시가 떠안는 것으로 은행이 가타부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등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보증이 없다는 것은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또한 부실이 발생할 시 결국에는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메꿔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서울시가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보증, 이자 등을 지원한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보전을 받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며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날 경우 서울신보에 청구하면 문제가 없다는 가정하에 보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디폴트가 날 경우 세금으로 채우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에는 서울시민 주머닛돈으로 자영업자를 살리는 격이 되는 것이다. 의도는 좋은 정책이나 연체 등 잘 안됐을 경우를 대비할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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