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문책경고'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 사모펀드와 관련해 '문책경고'를 받았다. 당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전 통보받은 '직무정지'보다는 한 단계 감경됐지만, 중징계를 피하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손태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처럼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8일 제14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우리은행에 대한 부문검사결과 조치안을 상정·심의했다.
심의 결과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업무의 일부정지 3월 및 과태료를 부과, 라임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는 문책경고 상당으로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금감원은 손태승 회장에게 직무정지를 사전통보했으나 세 번의 제재심을 거치며 손 회장의 제재수위는 문책경고로 한 단계 낮아졌다.
우리은행이 적극적인 피해구제에 나선 것이 제재수위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무역금융펀드 피해자들에게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분쟁조정안과 손실 미확정 펀드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한 상태다.
제재수위는 한 단계 내려갔지만 손태승 회장은 중징계를 피하지는 못했다.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의 5단계로 나뉜다. 이 가운데 문책 경고 이상부터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중징계를 받으면 현직 임기 종료 후 향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다만 최종 징계 확정 여부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징계 수위가 추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중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손태승 회장이 또다시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감원의 부당권유의 법적 제재 근거가 뚜렷하지 않으면 DLF 때처럼 소송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해 1월 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손 회장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연임에 성공했고 현재는 징계 자체를 무효화하는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의 문책경고는 확정된 것이 아니며, 최종 결정은 금융위 심의를 거쳐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부당권유 등을 이유로 CEO를 징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은행장 징계를 추진하는 것에 은행권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판매를 허가해준 펀드를 판 금융사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라는 모호한 근거를 내세워 경영진까지 중징계하는 것은 금감원이 금융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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