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1017개사 재무제표 분석…코로나 1년 'K자형 양극화' 뚜렷
[더팩트|한예주 기자]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이 25% 증가했지만, 상장사 4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등 양극화 양상을 보였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코스피 및 코스닥 비금융 상장 기업 1017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장사들의 전체 영업이익은 67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9%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장사 매출액은 1076조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증한 건 2019년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한데 따른 기저효과와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누렸던 반도체·가전 등 주력산업의 이익률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영업이익 증가가 코로나 수혜 업종과 일부 기업에 집중되면서 상·하위 기업의 격차가 확대되는 등 'K자형 양극화'가 뚜렷했다.
상장사 매출액 최상위 20%와 최하위 20%간 평균 매출액 비율은 2019년 266.6배에서 2020년 304.9배로 확대됐다. 매출액 상·하위 20% 기업 간 평균 영업이익 차이도 2019년 2386억 원에서 2020년 3060억2000만 원으로 28.3% 늘어났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 기업의 수는 2019년 249곳에서 2020년 255곳으로 6곳 늘어났다. 이는 상장기업의 25.1%에 해당한다.
양극화는 업종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로나 진단키트 등에 대한 수요 증가로 작년 의료·제약업종은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125.7% 급증했다. 전기·전자(64.0%), 음식료(27.4%), 소프트웨어·인터넷·방송서비스(18.6%) 등 비대면화 수혜 업종의 영업이익도 2019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반면 유통·대면서비스(-26.4%), 사업서비스(-39.1%) 등 서비스 업종과 기계(-72.8%), 운송장비(-38.7%), 철강·금속(-37.8%), 화학(-27.1%) 등 전통 제조업은 작년 영업이익이 2019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늘었지만 종업원 수는 지난해 108만 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1만1000명 줄었다.
화학(6665명·-7.5%), 유통 및 대면서비스(5794명·-6.0%) 등 영업이익이 줄어든 업종에서 종업원 수가 크게 감소했으며, SW·인터넷·방송서비스(2129명·-3.9%), 통신(1106명·-2.6%), 음식료(1012명·-2.1%) 등은 영업이익이 증가했음에도 종업원이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업종 내에서도 상위 3개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분의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양극화로 인한 기업 간 쏠림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0% 이상 증가한 7개 업종을 분석한 결과, 업종별 영업이익 증가분 중 상위 3개사의 비중은 62.7%에서 최대 191.8%까지 나타났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는 상위 3개사의 영업이익 증가분이 업종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의 91.0%를 차지했다. 운수·창고와 비금속의 상위 3개사 비중은 각각 191.8%와175.0%로, 상위 3개사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오히려 줄어들 정도로 업종 내 양극화가 심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상장사 실적이 양호해 보이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며 "기업활력 제고를 위해 규제개혁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