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업계 日 키옥시아 인수 눈독…낸드 시장 판도 달라지나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WDC)이 각각 일본의 키옥시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키옥시아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업체, 키옥시아 인수 움직임…낸드 시장 '4강 체제' 변화 예고

[더팩트│최수진 기자]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변화가 예고된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함에 따라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변화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을 두고 시장에서는 경쟁사 감소에 의한 경쟁 완화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과 대형 낸드플래시 기업 탄생을 우려하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 미국 마이크론·WDC, 일본 키옥시아 인수 움직임…상반기 중 결론

5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WDC)이 각각 일본의 키옥시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키옥시아는 도시바메모리의 낸드플래시 사업무문을 분사해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19.5%)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 2018년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이 주도하는 키옥시아 투자 컨소시엄에 참여해 3950억 엔(약 4조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올봄까지는 키옥시아 인수 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인수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비상장 기업 키옥시아의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약 34조 원)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실제 마이크론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낸드 시장에서는 5위에 그친다. 웨스턴디지털은 낸드 시장에서 3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D램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시장 입지를 다져놓은 기업 인수를 통해 단기간에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키옥시아는 이번 매각 과정에 난항을 겪을 경우 IPO(기업 공개) 추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키옥시아는 당초 올해 IPO를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이를 연기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키옥시아가 인수 협상과는 별도로 올 3분기 내 IPO를 추진하기 위해 준비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반도체 업체의 키옥시아 인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팩트 DB

◆ 낸드 시장, 6강 체제에서 4강 체제로 변화 예고…국내 기업 영향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2020년 4분기 기준)은 △삼성전자 32.9% △키옥시아 19.5% △웨스턴디지털 14.4% △SK하이닉스 11.6% △마이크론 11.2% △인텔 8.6% 등이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가 마무리되면 시장은 5강 체제로 재편되며, SK하이닉스는 점유율 20.2%로 늘어난다. 여기에 마이크론 또는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인수하면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최종 4강 체제로 바뀐다.

미국 기업의 키옥시아 인수로 경쟁사가 줄어드는 변화는 국내 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경쟁 구도가 6강에서 4강으로 바뀐다"며 "산업 통합에 따른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고, 낸드 수급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 또는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인수하게 되면 낸드플래시 산업이 구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며 "경쟁사가 줄어들면 경쟁이 완화되고, 이로 인해 수익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기존 낸드 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키옥시아 지분 가치가 늘어나면 투자금 회수 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이에 대해 매각 검토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 업체의 키옥시아 인수가 성사될 경우 국내 기업과 미국 기업 간 점유율 격차가 현재 대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낸드 시장 1위를 유지 중인 삼성전자가 2위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마이크론이 키옥시아를 인수할 경우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기존 11.2%에서 30.7%까지 확대돼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2% 내외로 좁혀지고,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며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커진다.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인수하면 최종 점유율은 33.9%로 시장 1위에 올라서는 반면 삼성전자는 2위로 밀려나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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