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톨시티그룹에 로비업무 의뢰…거부권 행사 기한 열흘 남아
[더팩트|이재빈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로비기업을 고용했다. 샐리 예이츠 전 미국 법무부 부장관을 영입한지 약 일주일만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분쟁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을 끌어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로비회사 '캐피톨시티그룹'에 정계 로비 업무를 의뢰했다. '캐피톨시티그룹'은 다수의 미국 민주당 상·하원 의원을 상대로 연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설립자인 제럴드 헤링턴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패트릭 케네디 전 의원과 잭 리드 상원의원, 쉘든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 등의 컨설턴트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3일(현지 시간) 오바마 정부에서 법무부 부장관을 지냈던 샐리 예이츠를 미국 사업 고문으로 영입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이는 법적 분쟁에 대한 자문을 위해서다.
예이츠는 최근 ITC 판결에 대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무력화시키는 ITC 판결을 거부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일자리와 기후변화 대응 등 중요한 정책목표를 저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민주당 인사를 영입하고 로비회사에 의뢰까지 하는 배경에는 지난 2월 나온 ITC의 판결이 있다. ITC는 지난 2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유예기간이 주어진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10년간 미국에 배터리를 수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이 이같은 위기를 타개할 방법 중 하나는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바이든 대통령이 판결 후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수입금지 조치는 해제된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의 이같은 행보는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남은 시한은 열흘 남짓이다. 판결이 지난 2월 10일 나온 만큼 내달 10일이 지나면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하거나 10년 수입금지 조치를 감내해야 한다. 앞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도 미국으로 건너가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중이다.
한편 내달 2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ITC의 예비판결이 예정돼 있다. 예비판결 결과는 통상 최종판결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앞서 양사가 진행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도 예비판결 결과가 최종판결로 이어졌다. 예비판결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확인한 후 거부권 행사에 나설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오는 2일 ITC 판결이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쟁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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