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업의 기본설계능력 상실 확인"…K-조선 3사에 일감 몰린다
[더팩트|이재빈 기자] 수에즈 운하 사고로 국내 조선업계가 미소짓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국내 조선업체에 일감을 몰아줄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일본 조선업체가 건조한 선박이 수에즈 운하 통과 중 추진력을 잃고 좌초된 만큼 당분간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싹쓸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선사 에버기븐이 운용하는 에버기븐호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수에즈 운하를 지나던 중 강풍으로 인해 좌초됐다. 이 배는 2만15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길이 399.99m, 너비 58.8m다. 1TEU당 20피트 컨테이너 하나를 적재할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강풍, 조작미숙 등과 더불어 배의 '구조적 결함'도 지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 당시 강풍이 불었다고 해도 초대형 선박이 좌초됐다는 점은 배에 결함이 없고서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 시간) 에버기븐호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조사에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 우선 사고 당시 불었던 강풍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수에즈운하관리청은 인적, 기술적 실책도 조사 범주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상태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배의 결함이 발견될 경우 에버기븐호를 건조한 조선사에도 책임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에버기븐호는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이 건조했다. 2018~2019년에 걸쳐 5척을 건조한 시리즈 선박 중 한 척이다. 일본의 슈에이 키센이 선주고 용선사는 대만 에버그린, 보험사는 영국의 P&I다.
책임 시비와 더불어 선박의 신규 수주가 한국으로 몰릴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선박의 기술적 문제로 배가 좌초됐다 해도 선사나 보험사가 배상해야 할 액수가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선사 입장에서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 더 적은 배를 건조하는 국적의 조선사에 일감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이번 좌초 사고로 이집트 측에서 발생하는 일일 손실액만 1400만 달러(한화 약 158억 원)으로 추산된다. 또 해운정보업체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하루에 4억 달러(약 4500억 원) 규모의 물량 운송이 지연됐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사고는 선박 설계과정에서 선체가 받게 될 풍향과 풍속을 고려해 요구되는 추진속도 등의 기본설계능력이 일본 조선업에는 없다는 것이 전세계 선주들에게 각인되었을 것"이라며 "80년대 조선 합리화 정책의 결과로 기본설계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일본 조선업의 자멸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2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의 잦은 고장 사례는 이제 익숙해져버린 정도"라며 "일본에서 건조된 선박도 바람을 이기지 못하는 빈약한 명분을 이유로 선박 품질의 신뢰성이 사라졌다. 한국 조선업의 선박 주문량은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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