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500만 원에서 2조 매출 기업으로
[더팩트|문수연 기자] 농심 창업주 신춘호 회장이 27일 오전 3시 38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1932년생인 신 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동생으로 지난 1965년 농심을 창업해 56년간 이끌어온 롯데 창업 1세대다.
신 회장은 일본롯데 이사로 재직하다 1965년 롯데공업을 설립하고 라면사업에 첫발을 내디뎠으며, 1966년 1월 자본금 500만 원으로 대방공장을 준공하면서 라면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이 라면 출시를 강력히 반대하자 신 회장은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롯데그룹에서 독립했다.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던 신 회장은 1992년 10월 농심이 그룹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 회장에 선임돼 등기이사직을 맡아왔다.
신 회장은 농심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1986)을 비롯해 짜파게티(1984), 너구리(1982), 안성탕면(1983) 등을 개발했으며, 농심은 업계 1위였던 삼양식품을 꺾고 지난 1985년 국내 라면·스낵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후 농심은 라면을 해외로도 수출해 2004년 수출액이 1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15년에는 5억 달러를 넘어섰다. 신라면은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신 회장은 라면뿐만 아니라 스낵시장에도 뛰어들어 성과를 거뒀다. 신 회장은 지난 1971년 새우깡을 출시해 그해 20만6000박스를 팔았고, 이후 감자깡, 고구마깡, 양파깡, 옥수수깡 등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지난해 깡 시리즈의 매출은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신 회장은 제품 기획 능력은 물론 마케팅 감각도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등의 광고 카피도 신 회장의 아이디어다. 또한 제품 포장 디자인에도 신 회장이 손길이 닿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그룹의 전략 방향과 신사업 등 핵심사안을 직접 챙겨왔다.
농심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내식 수요 증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농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6% 증가한 2조6398억 원, 영업이익은 103.4% 늘어난 1603억 원을 기록했다.
신 회장은 슬하에 3남 2녀를 두고 있다. 농심은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맡고 있으며 율촌화학은 차남인 신동윤 부회장, 메가마트는 삼남인 신동익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의 별세로 신 부회장이 농심 차기 회장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신 회장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차려진다.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5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