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끝난 '조카의 난'…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경영권 지켰다

26일 열린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좌측)이 박철완 상무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더팩트 DB

박철완 상무 도중에 퇴장하기도

[더팩트|이재빈 기자]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서 박찬구 회장이 완승을 거뒀다.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안건에서도 모두 승리하면서다. 박철완 상무는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단 1건에서만 50% 이상을 득표했지만 다른 모든 안건에서 20~30%대 득표수를 기록했다.

26일 오전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장은 고요했다.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며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기업의 주주총회장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날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한 주주들은 1층 로비에서 체온 측정과 신원 확인 등을 거쳐 4층 주주총회장으로 향했다.

금호석유화학에 경영권 분쟁을 제기한 박철완 상무는 이날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주주총회장으로 직행했다. 1층 로비에서 취재진이 진을 치고 박철완 상무를 기다렸지만 그는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를 통해 주주총회장에 입장했다.

박찬구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주주총회에 불참했다. 앞서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제기된 만큼 박찬구 회장과 아들 박준경 전무, 딸 박주형 상무가 직접 참석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초 이날 주주총회는 오전 9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지며 개회가 지연됐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양측의 변호사가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의 입회 하에 의결권 위임장 심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주주총회 개최가 지연됐다"며 "중복 의결권 등을 확인하고 유효한 의결권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또 주주총회 공식 생중계 방송을 통해 오전 9시 34분과 9시 48분, 10시 22분, 11시17분, 11시 30분 등 수차례에 걸쳐 주주총회 개최 지연을 주주들에게 공지했다.

주주총회 개최가 지연되며 피로감이 커짐에 따라 일부 주주들은 총회장 주변에 머물며 바람을 쐬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침 일찍 총회장에 출석했던 박철완 상무도 2시간 가량 자리를 비웠다가 오전 11시 35분쯤 다시 총회장에 입장했다.

박철완 상무는 사내이사 1명 선임의 건에서 52.7%를 득표했지만 백종훈 후보자가 64%를 득표함에 따라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더팩트 DB

주주총회는 결국 2시간 40분 가량 지연된 끝에 오전 11시 41분쯤 시작됐다. 주주총회에서는 직접참석과 위임장 제출을 합쳐 총 1995만5885주의 의결권이 행사됐다. 의결권이 있는 주 2487만5163주 중 약 80.2%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동준 대표이사는 영업보고에서 "금호석유화학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제약에도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우수한 실적으로 한 해를 마감했다"며 "지난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성장해 온 저력이 있다. 임직원의 경험과 역량을 믿고 끝까지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주총회 의결은 건별로 사측과 박철완 상무측이 제안 배경을 설명한 후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요 안건은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 △사내이사 1명 선임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등이다.

문동준 대표는 "당사는 보통주 주당 4200원, 우선주 4250원의 배당안을 제시했다. 이익규모와 투자재원 확보, 재무구조 안정화 등의 요인을 고려한 액수"라며 "화학업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해 회사가 여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어려운 상황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철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3분기 기준 80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적절히 배당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며 "배당 정상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표결 결과 사측이 제시한 배당안이 1286만57주(64.4%), 박철완 상무 주주제안이 709만7084주의 지지를 얻어 사측의 배당안이 가결됐다. 박철완 상무의 배당안은 35.6%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2호 의안인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사측이 제시한 이사회내 위원회(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신설 건만 가결됐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등 사측이 제안한 1건과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2건은 모두 부결됐다.

안건들이 부결된 까닭은 정관 변경이 특별결의 사항이기 때문이다. 특별결의사항은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건은 사측이 55.8%, 박철완 상무가 44.9%를 얻었고 이사회내 위원회 신설 안건은 사측이 70%, 박철완 상무가 30.6%를 득표했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선임의 건도 사측이 승리했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추천한 황이석 후보자는 69.3%, 박철완 상무가 추천한 이병남 후보자는 30.5%를 받았다.

가장 치열한 표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던 제4호 안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서도 박찬구 회장이 승리를 거뒀다. 사측이 추천한 백종훈 본부장은 64%, 박철완 상무는 52.7%를 득표했다. 4호 안건은 이날 박철완 상무가 유일하게 과반 이상을 득표한 안건이다. 하지만 사전에 양측이 다득표자를 사내이사로 선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박철완 상무는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사외이사 선임의 건에서는 사측이 추천한 최도성, 이정미, 박순애 후보자가 선임됐다. 세 후보자는 각각 68.4%, 67%, 74%를 득표했다. 박철완 상무가 추천한 후보자들의 득표수는 민준기 32.2%, 조용범 25.4%, 최정현 28.1%에 그쳤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선임의 건 역시 민준기 후보자가 사외이사 선임에 실패하면서 사측 최도성 이사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한편 박철완 상무는 이날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개표되던 중 주주총회장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처리된 세 안건에서 완패함에 따라 오늘 표대결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철완 상무측은 이날 중으로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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