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제기된 지배구조 개편, 이르면 4월에 구체화될 전망
[더팩트│최수진 기자] "우리 회사 시가총액이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서 (지배구조) 개편을 해야 한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CEO의 책무인 만큼 반드시 실행하겠다. 상반기 중으로 구체화해 따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박정호 CEO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변화 의지를 강조한 만큼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 '5년째' 가능성만 나온 'SKT 중간지주사'…올해는 다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이르면 4월, 늦어도 6월까지는 나올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편안은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기존 지주사의 지배를 받으면서 다른 기업을 지배하는 위치)가 되는 것이 핵심이다. SK텔레콤 자회사 사업 규모를 키우고 빠른 M&A(인수합병) 대응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을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나누고, SK텔레콤의 투자 부문이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 기존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가 된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모회사인 SK텔레콤보다 규모가 커진 SK하이닉스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이자 SK㈜의 손자회사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M&A 시 상대 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한다.이 때문에 사실상 SK하이닉스는 인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될 경우 SK하이닉스가 자회사로 인정받아 상대 회사 지분을 100% 확보하지 않아도 인수가 가능해진다.
SK텔레콤은 연내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요건이 강화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만큼 올해 개편을 마무리해야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 박정호 의지 담긴 움직임…지배구조 개편 가속도
박 CEO는 지난 2018년부터 공식적인 자리에서 지배구조 재편 추진 의지를 드러내왔다.
그는 201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간지주사 설립으로 지배구조가 변하면 자원 사용이 효율적으로 바뀐다"며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18'에서도 "올해 자본 시장 환경이 좋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후 같은 해 3월에 열린 주총에서는 "중간지주사 전환 여부, 시기에 대해 고심 중에 있다"며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9년 당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19'에서도 박 CEO는 "(지배구조 개편을) 올해 안에 하려고 한다"며 "시장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보는 방안이 무엇일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많은 도움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CEO는 지난해 주총에서 "지난 3년간 개편 논의가 있었고 시장에서의 요구도 있었다"며 "물적분할, 인적분할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비통신 사업의 성장세가 주식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필요한 부분이 개편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 분할 방식, 과거엔 '물적분할' 지금은 '인적분할' 무게
업계에서는 분할 방식으로 '인적분할(투자 부문을 담당할 신설 지주회사와 사업 부문의 기존 회사 모두 상장되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간지주사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2017~2019년 당시에는 '물적분할(지주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는 비상장하는 방식)'에 대한 언급이 많았으나, 지난해부터 신사업 부문의 가치를 부각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적분할에 대한 가능성이 더 커졌다.
지배구조가 개편돼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될 경우 비통신 사업이 재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중간지주사로 전환되면 커머스, 보안, 미디어·콘텐츠 등 신사업 가치를 반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신사업 포함 자회사 가치는 20조 원으로 추정한다. 무선통신 사업 부문이 분리되는 시점에 자회사의 가치가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통한 중간지주회사로 전환이 유력하다"며 "인적분할의 경우 분할비율, 분할자산 등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질 수 있으나 통신부문에 가려 있던 신사업 부문의 가치가 부각될 수 있어 합산 시가총액 측면에서는 분할 전 대비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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