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호텔·면세업계, 이종산업 협업 확대…"억눌려 있는 소비욕구 가늠"
[더팩트|한예주 기자] 최근 국내 항공업계와 유통업계의 협업 상품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오히려 억눌려 있던 여행심리를 자극했고, 날이 풀리면서 기업들도 그간 자제했던 마케팅 활동에 힘을 주는 분위기다. 특히, 내수 고객을 잡아야 하는 현 상황에서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수익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항공업계와 호텔업계, 면세업계에 두드러지는 매출 회복을 도와주진 못하지만, 코로나로 억눌려 있는 소비욕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쌓여있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서울신라호텔에서 사용해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신라호텔은 고객들이 마일리지 적립금액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3개의 패키지로 구성했다. 가장 기본 구성인 '패키지1'은 디럭스 객실과 식음 3만원 이용 혜택, '신라베어' 키링 1개로 구성되며 주중 기준 3만8000마일리지를 공제하면 예약할 수 있다.
신라호텔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며 유효기간에 만료 등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이번 프로모션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무용지물이 된 마일리지를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입소문에 상품 출시 초반부터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인터파크투어·와디즈와 손잡고 올 추석연휴에 이용 가능한 해외 여행 전세 항공권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중이다. 항공업계에서 크라우딩 펀딩을 접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펀딩 대상은 추석 연휴 기간에 전세기를 이용하는 왕복 항공권이다. 대상 노선은 대만·사이판·괌·푸꾸옥·보홀·다낭 등 6개 노선으로, 지역별 펀딩 모집 인원은 100명이다.
출발 일자까지 운항 노선 간 자가격리가 해제되지 않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운항이 어려울 경우에는 100% 환불이 가능하다. 만약 항공권 환불 대신 국내 호텔 숙박권으로 변경을 원한다면, 인터파크투어가 협약한 △서울신라 △그랜드하얏트 인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등 국내 4성~5성 호텔 숙박권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항공사가 호텔, 여행사와 협업을 한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최근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윈윈'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면세품 구매가 가능한 국제 관광비행 운항에서는 면세업계와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롯데인터넷면세점 이용 때 최대 60% 할인, 신세계면세점 이용 때 최대 6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티웨이항공은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이용 때 멤버십 업그레이드, 적립금 증정 등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진에어는 지난해 12월 온라인 종합쇼핑몰인 '지니스토어'를 개설하며 '부업'도 하고 있다. 지니스토어에는 기내식뿐 아니라 와인, 마스크 등의 생활용품까지 판매하고 있다.
항공사들과 면세업계는 면세 비행에 희망을 걸고 있다. LCC업계 한 관계자는 "큰 수익이 나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시기에는 가뭄 끝 단비처럼 느껴진다"며 "해외여행 재개 후 늘어날 수요를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항공사들은 공을 들이고 있다. 기내에서 각종 고객 이벤트와 게임 등을 진행하고 일본 현지 지방자치단체가 준비한 경품도 제공한다. 일본 요나고공항 직원들은 요나고 상공을 지나는 에어서울 비행기를 향해 손을 흔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여행이 재개되길 바라는 마음은 승객, 항공사, 공항이 다르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항공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수익 증대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국제선 관광비행 항공권 가격은 이달 들어 30~40%가량 낮아졌다. 국내 주요 항공사가 모두 국제선 관광비행에 나서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수익성있는 결합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요가 없는데 항공사들의 공급은 넘쳐나면서 출혈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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