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승계 6개월…오너 일가 남매 '2色 경영'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가 된 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이들 남매의 상반된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상반된 경영스타일 눈길…정유경 총괄사장 위기 돌파 능력 '시험대'

[더팩트|한예주 기자]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지분 증여로 정용진-정유경 남매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가 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오너 일가 남매의 '책임경영' 체제가 한층 강화된 가운데 이들의 상반된 경영 스타일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인수 및 네이버와 협력 추진 등을 주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연일 파격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은둔형' 리더로 평가받는 정유경 총괄사장은 외부 노출을 자제한 채 내실 경영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 '남매경영' 굳히기…계열사 책임경영 본격화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28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보유 중인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중 각각 8.22%를 아들 정용진 부회장과 딸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증여했다.

증여를 통해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8.55%, 18.56% 보유하게 돼 각 계열사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이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이 각각 10%로 낮아지며 국민연금(이마트 13.18%, 신세계 13.05%) 다음으로 3대주주가 됐다.

당시 이 회장이 지분 증여에 나선 것은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 정용진-정유경 남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그룹의 양대 산맥인 마트와 백화점이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겪는 만큼 그룹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선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이 필요하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그간 전혀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여 왔는데, 앞으로는 두 계열사의 색깔이 더욱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이마트를 인적분할해 정 부회장에게 경영을 맡기며 남매경영의 막을 열었다. 2016년에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자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의 지분을 교환하면서 본격적인 남매경영 체제 안착에 들어갔다.

특히,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경영 스타일로 항상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정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스타일로, 그간 다양한 신사업 확대를 주력해 온 반면, 정 총괄사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기존 사업과 유관한 사업을 위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유통가의 굵은 이슈에 빠지지 않고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SSG랜더스필드 모습. /더팩트 DB

◆ 판 흔드는 이마트…과감한 행보 '용진이형'

이마트의 최대주주가 된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들어 더욱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와이번스 인수로 재계뿐만 아니라 스포츠팬들을 놀라게 하더니 국내 온라인 쇼핑 1위 사업자인 네이버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기도 했다. 또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까지 올해 유통가의 굵은 이슈에는 그의 이름이 빠지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마트를 통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해 또 한 번의 업계 주목을 끌었다.

특히, 이 모든 이슈가 올해 1분기 안에 이뤄진 일이라는 점에서 놀랍다. 정 부회장의 의사 결정은 과감한 수준을 넘어서 그야말로 판을 엎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앞서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10년, 20년 지속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판을 바꾸는 대담한 사고로 도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는 지금까지의 행보로선 형식상의 말이 아닌,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야구단 인수부터 네이버와의 제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까지 모두 하나같이 오너의 승인과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말도 꺼내기 힘든 사안인데 정 부회장이 과감하게 본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재계 3세 경영자들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통업계에서 얼리어답터이자 개성있는 트렌드 세터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소통 경영이 위기 극복을 하는 데 '득'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트렌드 변화에 맞춘 다양한 시도를 과감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재무부담 증가 등 투자에 대한 우려도 일부 있었지만 트레이더스, 쓱닷컴 등이 성과를 보이면서 유통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이마트는 지난해 연 매출 20조 시대를 연 반면,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는 영업이익이 81.1% 급감했다. 사진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모습. /더팩트 DB

◆ 그늘에 가려진 신세계百…여전한 그림자 경영 '정유경'

정 부회장이 강연이나 SNS 등을 통해 외부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는 달리, 정 총괄사장은 외부 노출을 최대한 자제한 채 내부에서 각종 사안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개월간 정 총괄사장의 행보 역시 지난해 12월 신세계백화점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했던 것 외엔 눈에 띄는 게 없다. 당시 그는 전체 임원의 약 20%가량을 퇴임시키고, 전체적으로 임원 수를 축소했다. 특히 본부장급 임원의 70% 이상을 교체하는 등 조직 전반에 큰 변화를 준 바 있다.

최근 정 부회장이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을 추진하면서 정 총괄사장 역시 투입됐지만, 오빠의 덕을 봤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지속되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정 총괄사장도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신세계의 실적 반전을 위해서 경영 전면에 더욱 나서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정용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이마트는 코로나19에도 연 매출 20조 시대를 연 반면,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81.1% 급감하면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hyj@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