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이재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물류 파트너십 강화하는 네이버, '美 상장' 쿠팡 견제?
[더팩트 | 정리=서재근 기자] -요즘 "부동산 아니면 주식이다"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들리죠. 지난 한주도 이 두 가지가 큰 화두였습니다. 상장 전부터 개미들의 마음에 '따상' 기대를 심어주며 화제를 몰고 다닌 SK바이오사이언스가 증권가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특히, 상장 첫날 상한가 물량을 싹쓸이한 '큰손'의 출연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죠.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껑충 뛴 공시가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는데요. 세금과 직결된 문제다 보니 산정 기준과 방법을 둘러싼 잡음도 클 수밖에 없겠죠.
-IT·유통업계에서는 거침없는 '합종연횡' 전략으로 세 확장에 나선 네이버가 업계의 시선을 빼앗았습니다. 신세계그룹과 손잡은 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벌써 다양한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 A' 시리즈 신제품에 대해 언팩(공개)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죠.
◆ SK바이오사이언스 동학개미 시선 빼앗은 '큰손'
-증권업계부터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하면서 업계가 떠들썩했죠. 특히 상장 첫날과 둘째 날 특정 증권사 창구를 통해 대량 매수와 매도가 나타나 업계 이목이 쏠렸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에 앞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모두 코스피 시장 역사상 역대급 기록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여느 때보다 뜨거웠던 청약 열기 속에서 상장 첫날 상한가 물량을 대거 사들인 투자자가 나타나 이목을 끌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업가치 5조 원 이상으로 점쳐지는 대어에 속하는데요. 일찍부터 상장 첫날 '따상'이 예상되면서 공모주를 지닌 투자자들 포함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있었습니다. 따상은 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이후 상한가에 도달해 공모가 대비 160%까지 주가가 한 번에 뛴다는 의미의 은어입니다. 지난 18일 증시에 입성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예상대로 첫날 따상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 이 '따상' 물량이 교보증권 창구를 통해 거의 싹쓸이 된 거죠.
-상장한 이후 상한가에 도달하면, 공모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 아닌가요? 왜 이 물량을 대거 사들이는거죠?
-이같은 현상은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상따(상한가 따라잡기)' 매매기법에 따른 것인데요. 어떤 투자자가 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상장 후 따상이 예상되는 종목을 상한가에 사들이는 것입니다. 이런 대어급 회사들은 첫날 매수잔량이 높아 상한가로 거래를 마친 경우, 다음날도 주가가 상승하며 장이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큰데요. 다음날 장 시작 후 상한가에 사들인 물량을 얼마간의 이득을 보고 바로 매도해 차익을 내는 겁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대량 매수한 건가요?
-시장에서는 물량을 거의 싹쓸이한 투자자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매우 컸습니다. 사실 지난해 청약 열풍을 불게 했던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상장 당시에도 같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 '매수자'가 또다시 나타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죠. 아직 이 '독식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 이 매수자가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왕개미'라는 소문도 있고, 투기세력집단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을 통해 매수에 나선 걸까요?
-시스템상 9시에 시초가 결정 후 그 가격을 기준으로 상한가 가격이 나오면 직후부터 주문이 들어갑니다. 수많은 투자자가 상한가로 주문을 넣을 때 0.01초라도 빨리 주문을 넣는 투자자의 주문이 우선 체결되죠. 이 매수자는 이른바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한다는 뜻)로 주문을 체결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시스템상 교보증권을 이용하면 가장 빠른 주문이 가능해 이 매도자가 교보증권 창구를 이용했다는 후문도 돕니다.
-엄청나게 사들인 그 투자자, 수익은 얼마나 컸나요?
-이날 전체 거래량 77만4000주 가운데 대부분이 개장 직후 체결된 물량인데, 교보증권 창구에서 전체 거래량의 70%에 가까운 물량을 쓸어갔죠. 차익은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이 투자자는 18일 사들인 물량을 다음날 대부분 되팔아 72억 원을 챙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를 통한 차익이 많아질수록 이런 이슈들도 함께 생겨나겠군요. 앞으로의 상황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 '쇼핑 최강자' 네이버, 'CJ·신세계' 연이어 손잡는 이유는
-IT업계의 화두는 단연 네이버의 '합종연횡'이었습니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말 CJ그룹과의 협업을 발표한 이후 6개월 만에 신세계그룹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네. 네이버는 자사주 교환 방식으로 이들과 동맹을 맺고 있는데요. CJ그룹과는 약 6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신세계그룹과는 2500억 원의 지분을 교환했습니다. 기업 간 결속과 상호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가 왜 유통업계와 손을 잡는 건가요?
-네이버 이커머스 사업의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입니다. 네이버가 파트너십을 맺은 계열사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는데요. CJ그룹에서는 CJ대한통운이, 신세계그룹에서는 이마트가 포함됐습니다. 이들 모두 전국 단위의 안정적인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곳이죠.
-네이버가 왜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려고 하나요?
-현재 네이버 모바일 앱 첫 화면에서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면 '쇼핑·N페이' 페이지가 뜹니다. 트렌드, 쇼핑라이브, 푸드마켓 등을 볼 수 있는데, 모두 이커머스 사업이죠. 이처럼 이커머스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자체 물류 시스템이 없습니다. 네이버 이커머스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파트너십을 통해 배송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 거죠.
-자체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좋지 않나요?
-타이밍의 문제인데요. 사실상 네이버가 지금 당장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투자해야 하는 비용도 상당합니다. 그렇게 구축한 시스템이 안정적일 거라는 보장도 없고요.
-문제는 고객이 이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죠. 배송 전쟁이 벌어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제때 물류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수 있습니다. 물류 인프라는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하고,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등 자체 이커머스 시스템 성장에만 주력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는 '쿠팡'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네이버 측은 "쿠팡과 가는 길이 다르다"라고 외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빠른 배송, 새벽배송 등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쿠팡의 배송 시스템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CJ, 신세계와 손을 잡고 '당일 배송·익일 배송' 등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겠죠?
-실제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이커머스 시장은 전쟁"이라며 "네이버가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기업은 업계 2위인 쿠팡으로 꼽힙니다. 잠깐 안주하면 1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거죠. 게다가 이커머스 특성상 1위 자리를 지속 유지할 경우 시장을 독식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네이버가 연이어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것은 쿠팡을 완전히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집니다"라고 했습니다.
◆ 삼성전자, 사상 첫 보급형 'A' 언팩…선택 아닌 필수?
-지난 17일이었죠.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자사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인 'A 시리즈'를 위한 언팩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데뷔무대를 가진 주인공은 '갤럭시A52 LTE', '갤럭시A52 5G', '갤럭시A72 LTE' 이렇게 3가지 모델이었죠.
-'갤럭시S' 시리즈가 아닌 보급형 모델의 화려한 데뷔 무대를 꾸린 배경이 궁금한데요.
-사실 시도 자체는 이례적이지만, 사실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는데요. 글로벌 시장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 때문입니다. 사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스마트폰'이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샤오미, 화웨이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 세 확장 속도는 상당합니다.
-게다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전 세계 시장에서 두터운 '충성 고객층'을 확보한 애플이 버티고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보'가 절실한 삼성으로서는 중저가 모델의 홍보전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또 한 가지. 사실 국내 시장에서도 중저가폰의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프리미엄 제품군인 '갤럭시S' 시리즈가 아닌 30만 원대 가격표를 달고 나온 LTE 전용 '갤럭시A31'입니다.
-보급형 모델 최초로 치러진 '언팩'은 성공적이었나요?
-사실 행사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단계는 아닙니다. 공개된 3개 모델의 판매량 데이터가 어느 정도 축적이 된 후에 평가할 수 있겠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언팩을 통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고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점인데요. '보급형' 혹은 '중저가폰'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첨단 기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중장년들이 아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위한 스마트폰이라는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는데요.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신제품 소개 영상에도 가수 전소미(만 20세)를 비롯해 기기를 사용하는 연기자들 모두가 비슷한 나이대였는데요. 물론 영상 속 등장인물 모두 새로운 '갤럭시 A 시리즈'의 카메라 성능에 함박웃음을 지었죠.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는데요. 삼성의 새로운 도전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1명이 2만6500가구 조사한다고?"…이유 있는 공시가격 논란
-부동산 시장은 공개된 공시가격으로 소란스러웠습니다. 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은 물론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 건강보험료 등 60여 가지의 행정·조세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쓰입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관심도가 클 수밖에 없죠.
-매해 공시가격 발표 시기마다 시끄럽긴 한데, 올해는 유난히도 국민들의 불만이 거세던데요.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겠다고 나서면서 올해 공시가격이 예년과 달리 상당히 뛰어서 그럴 겁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올해 1월 1일 기준 공동주택 1420만5000가구에 대한 공시가격 변동률은 19.08%에 달합니다. 지난 2007년(22.7%) 이후 최고 상승률 수준입니다.
-집값 상승에 더해 공시가격이 크게 뛰었으니 종부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겠군요.
-맞습니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총 1420만5000가구 가운데 종부세 부과 기준인 9억 원을 넘는 비율은 3.7%에 이릅니다. 서울 공동주택만 보면 비율이 16.0%고요. 서울 아파트만 보면 24.2%가 종부세 대상입니다.
-공시가격 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건가요?
-글쎄요. 현재까지 정부는 실거래자료, 감정평가 선례, 시세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어서 알 길이 없습니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쓰고, 시세는 어떻게 책정하는지, 시세 반영률은 얼마인지 모두 비공개입니다.
-공시가격 산출 통계식이야 당연히 복잡하겠지만 어느 변수를 감안했는지 정도는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용도지역·높이·층수·남향 여부 이런 것들을 봤다는 식으로라도 설명해주면 좋을 텐데요.
-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정부는 올해 4월 결정공시 시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와 공시가격 결정을 위한 심의 자료 등은 공개한다고 말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세종시에서 시범 공개한 기초자료를 두고도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적절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네요.
-공시가격 산정을 위해 투입되는 인원은 어느 정도인가요? 조사원들에게 과도한 물량이 배정되면 제대로 된 현장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을 듯한데요.
-국토부가 발간한 '2020년도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520명으로 파악됩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에 투입된 인원 1인당 맡겨진 공동주택은 845개 동이고요. 지난해 가격이 공시된 전국 공동주택이 총 1382만9981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조사원 한 명이 2만6500가구가 넘는 주택을 담당한 셈이네요. 올해 공시가격 역시 조사 인원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 같던데, 1인당 조사 대상 공동주택이 이보다 줄지는 않았을 듯싶군요.
-전문가라 해도 1명이 2만6500가구를 제대로 분석하는 게 가능할지 의구심이 드네요.
-하물며 전문가도 아닙니다. 공시업무에 참여하는 인원의 70%가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로 알려졌습니다. 4시간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더군요. 현장 조사를 할 때 감정평가사가 동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시가격이 엉터리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있었네요. 전문성을 갖춘 기관에서 공시가격을 조사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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