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KCGS "박찬구 회장 완전 지지"…GL은 박철완 상무 '일부 지지'
[더팩트|이재빈 기자] 금호석유화학 '결전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박찬구 회장와 박철완 상무는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통해 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다만 다수의 의결권 자문사가 박찬구 회장을 지지한 상황이고 박철완 상무의 주요 지지층인 소액주주의 수가 많지 않아 이번 주총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총에서는 투표를 통해 사측의 제안과 박철완 상무가 제출한 주주제안 중 한 가지 안을 선택할 예정이다. 앞서 박철완 상무는 배당금으로 보통주 주당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을, 사측은 보통주 주당 4200원, 우선주 4250원을 제안했다. 또 각각 이사후보 5인을 추천한 상태다.
이날까지 나온 의결권 자문사들의 판단을 보면,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는 박찬구 회장의 승리가 예상된다. 먼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ISS)는 사측이 제시한 안건에 모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사측이 제안한 정관 변경 및 이사회 후보 안건이 향후 장기적으로도 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박철완 상무의 주장은 대체로 '너무 과격하고'(too aggressive)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박찬구 회장을 지지했다. KCGS는 박철완 상무가 추천한 이사 후보 중 일부가 학연 등 특수한 관계로 맺어져 있어 '이사회 독립성'이라는 가치를 내세운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 취지와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박철완 상무가 추천한 이사 후보 중 이병남 후보는 박철완 상무와 함께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 총괄대표는 박철완 상무와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MBA) 동문이다.
박철완 상무를 지지한 의결권 자문사도 있다. 세계 2위 의결권 자문사 Glass Lewis(GL)는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에 일부 찬성했다. GL은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배당안이 코스피 평균 40%, 업계 평균 50% 수준으로 적정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박철완 상무가 회사 임원으로서 10년간 근속한 만큼 사내 이사 역할을 수행하기 충분하다며 박철완 상무의 이사회 진입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GL은 박철완 상무가 추천한 이사 후보 4인을 모두 지지하지는 않았다. GL이 지지한 박철완 상무측 이사 후보는 민준기(Min John K) 변호사가 유일하다. GL은 KCGS가 박철완 상무와의 특수관계를 지적한 이병남, 조용범 후보는 물론 최정현 이화여대 교수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국내 ESG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박철완 상무 전격 지지를 선택했다. 서스틴베스트가 박철완 상무를 전격 지지한 배경에는 박찬구 회장의 배임 혐의가 깔려있다. 서스틴베스트는 박찬구 회장이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기존 이사회가 박찬구 회장에게 해임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현 이사회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도 오는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박철완 상무의 주요 지지층인 국내 소액주주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박찬구 회장 측이 약 15%, 박철완 상무가 약 10%다. 두 이해 당사자를 제외한 지분은 외국인 30%, 기관 12%, 국민연금 8% 등이다. 여기에 자사주 비율이 약 18%인 점을 감안하면소액주주의 지분율은 10%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 등도 박찬구 회장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소액주주 대부분이 박철완 상무를 지지하더라도 의결권 자문사의 발표에서 판정승을 거둔 박찬구 회장이 외국인과 기관의 표를 쓸어담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박철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철완 상무는 이달 들어 모친 김형일 씨와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등을 동원해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을 확대했다. 구체적으로는 박철완 상무가 20억 원, 김형일 씨가 55억 원, 허경수 회장이 30억 원 가량의 실탄을 사용했다. 새로 매수한 주식의 의결권은 올해 주주총회가 아닌 2021년 주주총회부터 발휘된다. 박철완 상무가 내년 주주총회에서 '일발역전'을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편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금호석유화학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4조8095억 원의 매출과 742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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