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4곳 중 1곳 종부세 낸다…'부자세' 아니라 '보통세'

올해도 각종 부동산 세금과 부담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더팩트 DB

올해 전국 공동주택 총 1420만 호 중 9억 원 초과 비율 3.7%

[더팩트|윤정원 기자] 당초 전체의 1% 미만으로 설계됐던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서울 아파트에서는 4가구 중 1가구가 종부세를 내는 지경에 이른 상태다. "종부세 내보는 게 소원"이라는 농담도 하지 못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 종부세 도입 취지 무색…서울 9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 비중 24.2%

현행 종부세는 개인별 공시가격이 1가구 1주택은 9억 원, 다주택자는 합산 6억 원을 초과하면 내야 한다. 종부세법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부과해 조세 형평성,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2005년 도입 당시 '전체의 1% 미만' 고가 주택이 내는 세금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에 공시가격마저 크게 오르면서 종부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는 공동주택은 전체의 1.9%였다. 이어 2020년 전국 공동주택 총 1383만 가구 중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비중은 2.2%로 뛰었다.

이달 14일 국토부가 발표한 2021년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총 1420만 가구 가운데 9억 원을 넘는 비율은 3.7%다. 서울의 경우 공동주택에서 올해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 비중이 16.0%에 달한다. 주택 6곳 중 1곳은 종부세를 낸다는 이야기다. 아파트만 보면 상황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서울 아파트 168만864호 중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40만6167호로 전체의 24.2%에 이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종부세가 논의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서울 비강남권의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대략 2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집값 급등세 속에 현재는 9억 원을 호가하는 아파트가 즐비하다. 현행 종부세 제도의 도입 취지와 현실 간에 괴리가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옆집은 안 내는데…" 고무줄 공시가격 따라 엇갈리는 희비

같은 단지 내 동일 면적 아파트임에도 공시가격 차이로 종부세 과세 대상 여부 차이가 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는 형국이다. 국토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에 의하면 지난해 비슷한 수준이던 아파트 간 공시가격 차이로 형평성 논란이 생기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e편한세상염창' 전용면적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9억69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7억2800만 원보다 33.1% 오르며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대상이 됐다. 반면 e편한세상염창과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염창한화꿈에그린' 같은 평형은 공시가격이 8억8900만 원으로 책정돼 종부세를 피했다. 상승률은 27.7%로 더 낮았다. 두 아파트의 공시가격 차이는 지난해 3200만 원에서 올해 8000만 원까지 벌어졌다.

지난해까지 공시가격이 동일했지만 올해 들어 격차가 벌어진 사례도 있다. 강서구 마곡지구 '마곡힐스테이트'와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7억7100만 원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올해는 마곡힐스테이트가 8억8000만 원,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가 9억900만 원으로 2900만 원 차이가 났다. 종부세 희비도 엇갈리게 됐다.

같은 아파트 동일 면적에서 종부세 대상 여부가 갈리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아파트 전용면적 114㎡의 경우, 104동 14층에 있는 6가구 중 5가구의 공시가격은 9억1000만 원으로 올해 종부세 대상이 됐지만, 1가구의 공시가격은 8억9100만 원으로 책정되면서 종부세를 피하게 됐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평형에 따라 공시가격 상승률이 제각각이었다. 13층 기준 전용면적 114㎡의 올해 공시가격은 14억8100만 원으로 지난해 대비 18.4% 올랐지만, 단지 내 전용면적 59㎡는 16.1% 상승했다. 84㎡의 경우 12.4%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뒤죽박죽인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해 국토부는 "공시가격은 주택의 동 위치, 층 위치, 조망 및 조향 등 요인을 반영해서 산정해 같은 단지나 같은 층이라도 조망이나 동 위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며 "가격대에 따라서도 시장 여건에 따라 시세변동 폭이 달라져 윗집, 옆집 등과 공시가격이 차이가 있다고 하여 가격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19일부터는 개별 단독주택의 공시가격도 공개된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공개한다. 전국의 단독주택 417만 가구가 대상이다. 예년보다 높은 상승 폭이 예상돼 부동산세 논란에 불을 더욱 지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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