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이재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위기의 '갓뚜기'…중국산 미역 혼입 의혹에 '진땀'
[더팩트|정리=이민주 기자] -연일 따뜻한 날씨에 어느덧 봄이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던 한 주였습니다. 그러나 민심은 경제계 여러 이슈로 인해 차디찬 겨울과 따뜻한 봄을 오가야 했는데요. 먼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은 더 뜨겁게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습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LH의 대국민 사과에도 논란은 잠잠해지지 않고 결국 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데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상장 날 뉴욕 타임스퀘어와 증권거래소 안팎에는 쿠팡 로고가 적힌 현수막과 태극기가 걸렸죠. 반면 착한 기업 이미지로 일명 '갓뚜기'라고 불리던 오뚜기는 난데없는 중국산 미역 혼입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금융권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 청약이 기록적인 결과를 세워 눈길을 끌었습니다.
◆ 변창흠 국토부 장관 사의 표명…文 대통령 '시한부 유임' 지시
-연일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논란이 업계의 화두에 올랐습니다. 곳곳에서 공공기관과 공무원들의 투기 비리 의혹이 제기돼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했고, 문재인 정부는 '국민 배신 정권', '양파 정권(까도 까도 비리가 나오는)'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까지 달게 됐습니다.
-결국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죠?
-그렇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변창흠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변 장관은 이날 오후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유영민 비서실장을 거쳐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전언입니다. 신임 경찰 임용식 행사에 참석했던 문 대통령은 복귀하자마자 유 실장에게 보고를 받고 변 장관에게 '시한부 유임'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변 장관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문 대통령은 "2·4 부동산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사의는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변창흠 장관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29일부터였으니 불과 74일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군요. 공급대책 관련된 입법 작업이 진행 중인데, 변 장관이 기초작업까지 마무리 짓는다고 해도 장관으로서 지내는 기간은 100일 전후가 되겠네요. 그런데 '시한부 장관'이 복잡다단한 주택 공급 대책을 제대로 수행할지 걱정도 됩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공공주도형 주택공급대책 진행을 해도 말이 많은데 말이죠.
-사실 변창흠 장관이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제기된 바 있습니다.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장 출신인 변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했기 때문이죠. 지난 11일 정부 합동조사단이 국토부와 LH 직원 1만4348명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 토지거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20명의 투기 의심 공직자가 확인된 상태입니다. 경찰에 수사 의뢰된 LH 직원 20명 중 11명은 변 장관이 LH 사장 재임 시절 땅 투기에 나섰다고 하고요.
-사의를 표명한 날 오전 변창흠 장관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사퇴를 염두에 뒀던 발언으로 보입니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변 장관은 "LH 사태로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게 최대한 대안을 만들고, LH가 근본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며 "그 역할이 충분하다고 평가되지 못했을 때 언제든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에 사의 표명을 했느냐"라고 묻자 변창흠 장관은 "'아직'은 없었다"고 답했고 김 의원이 "그러면 사의 표명을 할 생각은 있느냐"라고 재차 묻자 변 장관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판단하겠다"라고 답변하기도 했고요.
-정치권에서는 진작부터 소란이 컸습니다. LH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변창흠 장관 경질론이 계속해 제기됐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경우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1년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 보고가 끝난 직후 문 대통령과 면담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날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사태로 인한 악화한 민심을 전달하면서 변 장관의 사퇴를 건의했다고 합니다. 과거 각종 도덕성 논란과 야당의 반대 등에도 변 장관 임명을 단독으로 밀어붙인 당사자가 민주당인데, 참 '웃픈(웃기고도 슬픈)' 대목입니다.
-그렇네요. 지난해 변창흠 장관 취임 당시에도 논란이 상당했었죠. 청문회만 제대로 기능을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인데, 차마 옮길 수 없는 뒷말도 무성합니다.
-사실 지난해 12월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된 변창흠 장관은 갖은 망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요. 변 장관은 과거 셰어하우스(공유주택) 입주자에 대해 '못 사는 사람들'이라 지칭하고,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피해자인 19세 김 군에게 사고 책임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청문회에서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고요.
-변창흠 장관의 시한부 유임이 끝나면 그 자리에는 누가 앉게 되려나요. 벌써 떠들썩한 청문회 모습이 그려지는데 모쪼록 기우(杞憂)이길 바라봅니다.
◆ '뉴욕증시 입성' 쿠팡, 스톡옵션 임직원도 잭팟?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단연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데뷔였죠. 뉴욕증권거래소 외부에 쿠팡 로고와 미국과 한국 국기가 나란히 걸린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쿠팡은 11일(한국시간) 오후 11시 30분 뉴욕증시에 상장해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쿠팡은 이날 데뷔를 알리는 기업공개 타종 행사를 생중계하기도 했는데요. 내부 임직원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행사임에도 한때 2000명이 몰리며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타임스퀘어 광장에도 쿠팡 로고와 태극기가 걸렸죠. 국내 유통 기업 최초의 뉴욕증시 직상장이라니 대단한데요.
-맞습니다. 상장 첫날을 기념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정문에는 로켓을 배경으로 한 쿠팡 로고와 태극기, 'The future of commerce'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업계는 이번 쿠팡의 상장을 알리바바(2014년) 이후 아시아 기업 최대 규모 IPO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서도 이번 기업공개에 대해 "아시아 기업 중 최대 상장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고요.
-쿠팡이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쿠팡 주식은 상장 첫날인 11일 공고가 대비 440.71%(14.25달러) 오른 49.2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쿠팡 주식은 이날 장중 최대 6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죠. CNBC 등 주요 외신은 쿠팡이 이날 증시 상장으로 46억 달러(5조2200억 원)를 조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올해 뉴욕 증시 IPO 기업 중 최고 실적입니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100조 원에 달하는 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마감가 기준 쿠팡 시가총액은 11일 국내환율을 적용할 경우 95조7000억 원, 최고가 기준 979억7000만 달러(111조 원) 수준입니다.
-대단한데요. 스톡옵션을 쥐고 있는 직원들 역시 상당한 수익을 얻겠네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업계는 쿠팡 상장으로 소수의 직원만 일명 '잭폿'을 맞게 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신고 서류에 따르면 쿠팡 스톡옵션 주식 수는 6570만3982주, 평균 행사가는 1.95달러입니다. 직원들은 49.25달러(11일 마감가)인 쿠팡 주식을 1.95달러에 살 수 있다는 말이죠.
-쿠팡의 경우 상장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스톡옵션과 현금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는데요. 대부분의 직원들이 업계 특성을 고려해 현금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결국 스톡옵션 수혜는 회사 주요 임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의 상장 '잭폿'을 보면서 '스톡옵션을 받았어야 했다'며 후회했을 직원들이 많겠는데요. 쿠팡이 '이번 상장이 최종 목표가 아닌 이정표'라고 밝힌 만큼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이번에는 어떤 혁신을 이뤄낼지 기대가 됩니다.
◆ "우리도 피해자인데…" 오뚜기, 중국산 미역 혼입 논란에 몸살
-오뚜기의 중국산 미역 혼입 의혹 역시 큰 이슈였습니다. 평소 소비자들에게 '갓뚜기'로 불리며 '착한 기업'의 대표로 꼽혔던 오뚜기였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오뚜기는 '오뚜기 옛날미역'과 '오뚜기 옛날자른미역'에 사용하기 위해 납품 업체 세 곳으로부터 미역을 받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한 업체가 중국산 미역을 섞어 10년간 납품한 정황이 해경에 포착되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해당 업체는 여러 곳에 미역을 납품하고 있지만 오뚜기에 납품하는 물량이 가장 많습니다. 오뚜기도 최근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오뚜기는 해당 업체의 의혹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한데요. 10년간 해당 사실을 몰랐다는 회사 측 설명에 대해 소비자들은 "검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오뚜기도 난처한 상황일 것 같은데 분위기는 어떤가요?
-오뚜기는 그간 꾸준히 품질 검사를 진행했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미역의 경우 유전자 조사를 해도 원산지를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OEM 사를 믿고 구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호소하고 있는데요. 먹거리 안전 문제인 만큼 도의적으로 제품 회수 처리를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요. 경찰에 따르면 해당 납품업체는 가루 형태의 염화칼슘을 물에 녹인 뒤 중국산 미역을 씻어 건조작업을 해 오뚜기에 납품했다죠?
-맞습니다. 오뚜기 측도 이번 경찰 조사를 통해 해당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는데요. 다만 염화칼슘이 인체에 무해한 공식적인 식품첨가물이다기 때문에 미역 세척 시 사용한 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납품업체 측에서도 해당 사안과 관련해서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입장이기에 오뚜기 측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억울한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이번 조사를 통해 납품업체가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는데요. 오뚜기 측은 납품업체보다 오뚜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현 상황에 난처하다는 입장입니다.
◆ '64조' 몰린 SK바이오사이언스 '0주 속출'…임직원은 돈방석?
-증권업계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지난주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 공모 청약이 진행되면서 기록적인 결과를 나타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지난해 SK바이오팜과 빅히트의 청약 열풍이 기억나실 텐데요. 이를 뛰어넘는 공모 열기였습니다.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 6개 증권사를 통해 모인 최종 증거금은 63조619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종전까지 사상 최대 증거금을 기록한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 원)의 기록을 넘어선 수치고요, 청약건수 역시 사상 최대인 239만8167건에 달해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평균 경쟁률은 335.4대 1입니다.
-엄청난 열기네요. 그런데 이런 경쟁 탓에 공모주를 한 주도 손에 쥐지 못한 투자자들이 속출했다면서요?
-네. 청약 건수와 경쟁률이 최고 기록에 육박하면서 일부 청약자들이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이번 청약에는 최소 청약주 수를 충족해 신청한 투자자들에게 균등하게 주식이 배분되는 '균등배정' 방식이 도입됐는데요. 배정 물량이 적은 데다 경쟁률까지 높은 증권사에 청약한 투자자들이 결국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것입니다.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각각 균등배정으로 14만5927주의 물량(일반청약 물량 29만1855주의 50%)을 배분받았는데요. 청약건수는 각각 39만5290건과 20만9594건을 기록했습니다. 청약 신청 건수가 균등배정 물량을 초과한 것이죠.
-이런 와중 임직원들의 평가차익이 8억 원에 달한다고요?
-우리사주를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의 경우 1인당 평균 7600주를 손에 쥔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사주 배정물량은 전체 공개 물량(2295만 주)의 20%인 459만 주입니다. 실권주(9만9600주)를 제외한 최종 배정물량은 449만400주였죠. 지난해 말 임직원 숫자가 591명이었으니까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배정 주식 수는 7597주라는 추산입니다.
상장 직후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 직후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 도달을 뜻하는 은어)에 성공한다고 가정해보면, 주가는 16만9000원이 됩니다. 이 경우 1인당 평균 7억9000만 원의 평가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임직원에게 배정된 우리사주 물량은 법적으로 1년간 매도할 수 없는 '보호예수'에 묶여있어 차익을 바로 얻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군요. 상장 후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 향배를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