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데이터에 '원작' 인증 가능…시장 과열됐다는 지적도
[더팩트|이재빈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가 비트코인같은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그림을 경매에 출품해 20분 만에 65억 원을 벌었다.
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그라임스는 최근 '워 님프'(War Nymph)라는 제목의 디지털 그림 컬렉션 10점을 온라인 경매에 부쳤다. 이 그림들은 20분 만에 도합 580만 달러(65억 원)에 낙찰됐다.
그라임스는 화성을 수호하는 날개 달린 아기 천사 등 가상의 이미지에 자신의 노래를 배경으로 깔아 온라인 경매에 내놓았다. 그라임스는 디지털 컬렉션에 묘사된 아기 천사를 '신 창세기의 여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라임스의 디지털 그림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 '대체불가능토큰'(Non fungible Token·NFT) 기술이 적용됐다.
NFT는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하지만 NFT는 기존의 가상자산과 달리 코인 등 디지털 자산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동일하다. 하지만 NFT가 적용되면 하나의 코인은 다른 코인과 '대체 불가능한' 별도의 인식 값을 갖게 되며 코인마다 가격이 달라진다. NFT는 가상 자산에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예술품, 온라인 스포츠·게임 아이템 거래 분야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키우는 추세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그라임스의 온라인 경매 성과가 NFT를 활용한 가상자산 열풍을 부추겼다"며 "NFT 디지털 작품은 예술가의 서명과 함께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고 (복제 불가능한) 원작으로 인증된다"고 설명했다.
미 경제매체 CNBC 방송도 "NFT로 알려진 디지털 수집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미술품에서 스포츠 카드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디지털 수집품에 수백만 달러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NFT 거래액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지난해 2억5000만 달러(2806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NFT 가상자산이 유명한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그라임스의 디지털 그림처럼 엄청난 가격에 팔리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이 만든 10초짜리 비디오 클립은 온라인에서 언제든지 무료로 시청할 수 있지만 지난주 NFT 거래소에서 660만 달러(74억 원)에 팔렸다. 미국 플로리다의 한 미술품 수집가는 이 클립을 작년 10월 6만7000달러(7500만 원)에 샀고 불과 4개월 만에 100배 오른 가격에 되판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언제든지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영상과 그림이 고유의 디지털 인식 값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수십억원대에 원본이 거래되자 NFT 열풍에 대한 경고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큰돈이 유입되면서 NFT 시장이 가격 거품을 보이고 있다"며 "많은 틈새 투자 분야와 마찬가지로 열풍이 가라앉으면 큰 손실을 볼 수 있고, 사기꾼들에게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uego@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