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최태원·구자열 시대' 열었다…'강한 경제계' 기대감↑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최태원 이어 구자열도 경제단체장 공식 취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경제단체 수장들이 하나둘 바뀌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서울상공회의소(서울상의) 회장 취임에 이어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새로운 한국무역협회장에 올랐다. 경제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정부의 규제 정책 등 기업들을 둘러싼 불안 요소를 해소하는 데 신임 경제단체장들이 앞장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21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구자열 회장을 제31대 회장으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무역협회는 지난 19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구자열 회장을 신임 무역협회장 후보로 추대한 바 있다. 구자열 회장은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무역협회 회장을 맡게 돼 큰 영광"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우리 무역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민간 기업 출신이 무역협회 수장이 된 건 15년 만이다. 무역협회는 2006년 이후 지금까지 퇴직한 정부 관료들이 회장을 맡아왔다. 구자열 회장 취임은 코로나19 등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보다는 경륜이 풍부한 기업인이 더 적임이라는 경제계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구자열 회장은 "15년 만에 민간 기업에서 회장이 된 것 같은데, 더 멋있게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무역 업계를 포함한 경제계는 구자열 회장이 기업 경영 노하우를 토대로 어려운 기업들을 대표해 정부와의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자열 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낮은 자세로 귀 기울여 한국 무역 발전에 장애가 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업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겠다"며 활발한 행보를 예고했다.

특히 경제계는 새롭게 형성될 정부, 정치권과 구자열 회장 간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계는 최근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각종 기업 규제 법안들이 입법화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해왔다. 구자열 회장이 경제단체장으로서 정치권과 소통의 자리를 늘리며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상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사진은 서울상의 의원총회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각종 규제 파고를 넘어야 한다는 요청은 앞서 서울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상의 정기 의원총회를 통해 회장으로 선출됐다. 최태원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을 겸하는 관례에 따라 다음 달 24일 대한상의 회장에 공식 취임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구자열 회장과 마찬가지로 최태원 회장을 향한 경제계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대한상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대한상의는 현 정권에서 국내 대표 경제단체로 부상했으며, 최초로 4대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IT 거물급 기업인들이 최태원 회장 체제 출범과 동시에 대한상의 부회장단에 합류,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그 어느 때보다 힘 있는 경제단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정·재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있고, 소통에도 능한 신임 경제단체장들이 취임함에 따라 여러 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재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제계 목소리를 통합하는 차원에서 추후 경제단체장들 간 만남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최태원 회장과 구자열 회장을 포함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GS),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제이에스티나) 등 5대 경제단체 수장 모두 기업인이다. 나아가 손경식 회장은 이날 "경제단체들이 힘을 모아 기업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전경련에 통합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제단체 간 물리적 통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전경련은 오는 26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정기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회장단 사전 조율을 거쳐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전경련은 별도 추대 절차 없이 이 총회에서 선임 절차를 마무리한다. 아직 뒤를 이을 적임자를 찾지 못한 전경련에서는 허창수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이 연임할 경우 12년 연속 임기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전경련 회장은 자격 제한 없이 2년 임기를 무제한으로 연임할 수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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