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 업계 허술한 채용 프로세스 지적도
[더팩트|이민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음식 배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배달기사(라이더)의 일탈 행위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배달앱 업계의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업체들의 제대로 된 검증 절차 없는 라이더 채용에 따른 부작용이 배달산업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최근 라이더의 일탈 행위와 관련한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배민라이더스 A 씨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해 수사를 받고 있다.
A 씨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여성 주민이 이 사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울 송파경찰서가 A 씨의 공연음란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통해 A 씨가 성기를 노출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즉각 A 씨에 업무 정지 조치를 내렸고,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측은 A 씨가 주문을 받아 처리하는 앱에서의 신원인 계정을 정지했다. 회사 측은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A 씨와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손님 성희롱을 비롯한 배달기사 일탈 문제는 특정 업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에는 지역 배달대행업체 소속 라이더가 포장 봉투에 성희롱 문구를 적어 배달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배달대행업체는 배달원들이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대전의 한 배달업체 배달원이 고객의 신체부위를 평가하는 문자를 보내 논란이 불거졌다. 피해 고객에 따르면 배달음식을 주문한 뒤 배달원으로부터 곧바로 '301호 가슴 큰X'이라는 문자가 왔다.
이외에도 지난해 3월에는 배달원이 고객에게 "나랑 같이 먹을까?", "혼자 다 먹게?" 등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고, 지난 2019년 12월에는 대구지역에서 한 배달원이 여성 고객에게 신체 부위를 평가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공분을 샀다. 이외에도 난폭 운전과 '음식 빼먹기' 등 일부 라이더들의 일탈 행위와 관련한 크고 작은 사건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달업체의 무분별한 채용이 이 같은 사회문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로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배달원 구인에 급급한 나머지 채용 후에도 제대로 된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배달앱 업체는 배달원 채용 절차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배민라이더스 모집 조건은 △만 19세 이상 △개인 바이크 소유자 △유상운송 종합보험 가입이 전부다. 온라인 폼에 이름, 생년월일과 같은 개인정보와 배달경협 여부 등을 입력하면 지원 절차는 완료된다.
자전거나 도보로 배달을 하는 배민 커넥트의 경우 빠르면 하루 안에 지원 절차를 마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제출하고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면 배민커넥트 계정이 발급된다. 안전보건교육 역시 온라인 동영상 시청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더팩트> 취재진이 확인해 본 결과 동영상 강의의 경우 시청하지 않고 회차를 넘기는 것만으로도 진도율이 충족됐고, 최종평가 역시 10문항으로 수업을 듣지 않아도 통과가 가능했다. 학습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배달원 선발 과정에서 자격이나 이력, 부적격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배달대행업종은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 56조에서 명시돼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배달업체에 성범죄자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용인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청원인은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성범죄자가 배달대행을 하고 있다며, 고객과 대면하는 서비스직인 배달업에도 관련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3만여 명이 동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원 관련 피해의 또 다른 문제는 고객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라며 "고객의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고 있기에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신고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배달앱 업체에 신고하더라도 사후 처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배달원들의 일탈행위가 성실하게 일하는 다수 배달원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게 안타깝다"라며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더 체계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한 배달앱 업체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