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금호석화 조카의 난…명절 후 어디로 가나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 모두 경영권 분쟁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잡지 못한 상황인 만큼 양측이 설 명절에 지원군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팩트DB, 뉴시스

양측 모두 물밑에서 우군 확보에 총력 기울일 듯

[더팩트|이재빈 기자] '폭풍전야'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 사태의 현 상황이다. 지난달 공동보유관계 해소를 공시하며 칼을 빼든 박철완 상무는 2주 동안 추가 행동이 전무하다. 박찬구 회장을 필두로 하는 사측도 공시 다음날 입장을 발표한 후 이렇다 할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물밑에서 치열한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나흘 간의 설 연휴 동안 최대한 우군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박철완 상무, 배당확대·이사진 교체로 경영권 분쟁 '점화'

11일 업계에 따르면 박철완 상무는 작은아버지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박철완 상무는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기존 대표보고자와의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박철완 상무의 기존 대표보고자는 박찬구 회장이다. 박철완 상무의 이날 공시는 더 이상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아니라고 못박으면서 앞으로 경영권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박철완 상무는 공시와 함께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했다. 오는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우호세력을 이사진에 편입시키려는 계획이다. 금호석화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4명은 곧 임기가 만료돼 내달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해야 한다. 문동준 금호석화 사장도 오는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총 5명의 이사가 3월 주총에서 새로 선임된다.

이사회 후보 추천과 함께 배당 확대도 요구했다. 박철완 상무는 주당 1만1000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박철완 상무가 지난해 3분기 공시 기준 304만6782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안이 수용될 경우 약 335억 원의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실탄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배당 확대 이슈를 선점함으로써 50%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표심을 사로잡으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박철완 상무가 지분 10%를 보유한 금호석화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도합 15%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박찬구 회장 일가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박찬구 회장이 자사주 18.35%를 '백기사'에게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킬 경우 33%의 지분을 확보하고 주총장에 들어설 수 있다. 박철완 상무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33%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배당 확대를 공약해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다.

그간 금호석화가 '짠물배당'을 이어온 점은 박철완 상무에게는 호재다. 배당액수에 불만을 품은 소액주주들을 본인 측으로 집결시킬 수 있어서다. 금호석화는 2018년 영업이익이 554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2626억 원) 대비 두배 이상 뛰었음에도 배당액은 1000원에서 1350원으로 35% 오르는 데 그치는 등 업계에서 배당이 적기로 유명하다.

박철완 상무가 지난달 공동보유관계를 해소하면서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 불씨를 당겼지만 이날 이후 별다른 추가행동이 없는 상황이다. /더팩트DB

◆ 야심차게 시작했지만…공시 이후 추가행보 '전무'

특이한 점은 박철완 상무가 현재 너무나도 조용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파격적인 주주제안을 제시하며 '출사표'를 던진 만큼 공식 입장발표 등의 행보를 보일 법도 한데, 추가 행동이 전혀 관측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을 '경영권 분쟁'이 아닌 주가 상승 후 엑시트(매각)를 위한 행보로 보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금호석화도 박철완 상무 대응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금호석화는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기는 했지만 이날 이사회에서는 잠정 실적 공시에 관한 내용만 다뤄졌다.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 상정 여부는 내달 초 이사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주총 안건 상정을 최대한 미루고 그간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또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주당 1만1000원 배당이 다수의 소액주주에게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금호석화 측도 배당 확대를 고심하는 중이다. 금호석화의 지난해 배당금은 주당 1500원으로 박철완 상무가 제시한 배당금의 약 13% 수준이다. 박찬구 회장이 최대 33%의 지분을 동원할 수 있다고 해도 배당 확대 요구를 전혀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금호석화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7421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3653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만큼 배당 여력은 충분하다.

◆ 박찬구·박철완, 설 명절에 지원군 물색 나서나

양 측은 이번 설 명절 기간에 최대한 우군을 확보하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 모두 경영권 분쟁에서 완벽하게 승기를 잡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급한 쪽은 박찬구 회장이다. 박철완 상무의 공시가 기습적이었던 만큼 박찬구 회장이 사전에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두고 우호지분을 다수 확보해뒀을 가능성은 작다. 결국 주총장 표대결이 벌어질 경우 18.35%의 자사주를 받아 자신을 지원해줄 '백기사'가 절실하다.

반면 박철완 상무는 선친 박정구 회장과 누나들 덕에 막강한 혼맥을 보유하고 있다. 당장 박철완 상무의 부인 허지연 씨는 GS그룹의 방계회사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차녀다. 허경수 회장은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4남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GS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셈이다. 여기에 세 누나는 각각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결혼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금호석화 주식을 대량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IS동서도 박철완 상무의 우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권민석 IS동서 사장이 공시 의무에 걸리지 않는 3~4% 선에서 금호석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IS동서는 주식을 이미 대부분 매도했다며 경영개입설을 부인하고 있다. 정확한 내용은 향후 공시가 게재돼야 확인 가능하다. 박철완 상무와 권민석 사장은 한때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등 인연이 있는 사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패를 감춰두고 있어 어느 한쪽의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달 초 주총 안건이 상정되면 양측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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