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자체 브랜드 아닌 '힐스테이트' 고집 이유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더팩트 DB

현대엔지니어링, 올해 브랜드 사용료 59억5600만 원 지불 계약

[더팩트|윤정원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연간 60억 원에 달하는 브랜드 사용료를 내면서도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체 브랜드를 운용할 법도 하다는 업계 일각의 견해와 달리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2일 현대건설과 올해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료 59억5600만 원을 지불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사용료인 52억8000만 원과 견주면 12.6% 증가한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통해 창출한 연 매출의 0.4%를 사용료로 지불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하게 된 것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브랜드인 '엠코타운'의 인지도가 떨어졌던 탓이다. 지난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 전까지 현대엔지니어링은 엠코타운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했다. 엠코타운이 사용된 시기는 지난 2007년 5월 31일부터 2014년 4월 1일까지다.

하지만 합병 이후인 2014년 9월부터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기로 했다. 힐스테이트가 고급 아파트의 이미지로 인지도가 높고 건설업계의 맏형인 현대건설의 브랜드인 만큼, 아파트 시장 후발주자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힐스테이트 브랜드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몇몇 기존 엠코타운 단지들은 힐스테이트로 단지명도 갈음했다.

지난 2019년 6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공동 협의회와 실무자를 중심으로 한 실무협의회까지 만들고 나섰다. 7대 브랜드 품질기준 매뉴얼도 제작했다. 7대 브랜드 품질기준 매뉴얼은 브랜드 관리부터 수주 관리, 설계 관리, 분양 관리, 시공 관리, 마감재 관리 및 A/S 관리 등의 항목으로 나뉜다.

브랜드 전문가 영입을 비롯해 매년 1회 브랜드 관리 매뉴얼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브랜드 지킴이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양사는 수주부터 분양, 입주에 이르는 모든 브랜드 접점에서 내부 임직원뿐만 아니라 업무 관련 전체 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일관된 브랜드 경험 관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양사의 꼼꼼한 브랜드 관리 덕분에 힐스테이트는 브랜드 파워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회사 닥터아파트가 지난해 11월 '2020 아파트 브랜드파워 순위'를 조사한 결과, 인지도와 선호도, 브랜드가치, 구입희망 브랜드 등 4개 부분의 응답률을 합친 종합순위에서 힐스테이트가 186.29%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2019년 4월부터 매달 실시하는 아파트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도 힐스테이트는 20개월 연속 1위를 지키는 등 높은 브랜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디에이치'의 등장으로 힐스테이트의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현대엔지니어링 측에서는 디에이치 역시 이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아직 디에이치 브랜드를 사용한 적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시공을 함께 하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8단지(디에이치 자이 개포) 정도다. 하지만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 계약에 디에이치도 포함돼 있다"면서 "자체 브랜드 개발 의향은 전혀 없다"라고 답변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역시 하나의 상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는 매매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며 "브랜드 정착 및 홍보에 수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현대엔지니어링 측이 디에이치 기세 때문에 굳이 맏형 브랜드를 포기할 유인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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