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공공주택 계획에 토지‧건물주 "결사반대"…청와대 청원까지 등장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을 고층 아파트 단지로 바꾸겠다고 공표한 가운데 해당 지역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5일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 4만7000㎡를 공공주택지구사업을 통해 고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공공주택 1450호, 민간분양 960호 등 총 2410호의 주택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대략 아파트만 17개 동 규모로, 서울시는 건물 높이를 최대 40층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을 두고 지역민들은 불만 일색이다. 후암특별계획1구역(동자) 준비추진위원회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토지·건물주들과 어떤 협의나 의견 수렴도 이뤄지지 않은 내용으로 아무런 사전 동의 없이 계획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정부 계획을 결사반대한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준비추진위원회는 "작년 5월 27일 종전의 지구단위 도시계획 기간이 만료돼 올해 연말에 발표되는 용역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언론 보도를 통해 정비사업 추진방안이 발표됐다"면서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고 토지·건물주를 개발행위 결정에서 완전히 배제한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사업지구에 편입되는 토지 소유자에게는 현 토지용도와 거래사례 등을 고려해 보상할 예정이라는 방침을 밝혔으나 추진위는 보상안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추진위는 "정부 계획은 사유재산을 사실상 대규모 강제수용하겠다는 의미"라며 "국토부가 말한 보상의 개념도 정부가 지정한 토지를 공시지가에 따라 현금청산 후 토지와 건물 소유자의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반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정부의 공공주택 조성사업에 대한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8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 재산권을 탈취하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공공주택 조성사업을 당장 멈춰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본인이 동자동 공공주택 조성사업 부지 내 원룸 소유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정부가 소유자들과 소통도 없는 상태에서 대다수의 국민의 이해와 지지도 얻지 못한 공공 정책 및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에 대하여 결사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현재 정부 및 지자체에서 제시하는 현금 보상 방식은 특별법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토지 소유자의 정당한 권리를 묵살하고 강압을 통해 국가 편익을 쟁취하는 위법 행위"라며 "소유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형평성 없는 무리한 정책 추진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해당 청원글은 9일 오후 4시 40분 기준 773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낡고 비좁은 쪽방촌을 고층 아파트로 바꾸면 쾌적해보이겠다는 발상에서 비롯한 정부의 공공주택지구사업은 현실을 전혀 보지 못 하고 있다"며 "쪽방촌의 경우 토지‧건물 소유주들의 수익률이 상당히 높다. 기존 자체 사업 추진방식보다 10~30%포인트 높은 수입률을 보장한다고 설파하더라도 소유주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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