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406억 원 차이로 신한금융 앞서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가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주면서 4대 금융지주 순위에 변화가 일어났다. 신한금융투자의 막대한 사모펀드 손실이 실적에 영향을 주면서 신한금융이 KB금융에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적발표를 마친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각각 3조4552억 원, 3조4146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에 비해 각각 4.3%, 0.3% 늘어난 액수다. 모두 지주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순이익 달성에 성공했다.
비(非)은행 계열사 중 증권사가 있는 지주사는 지난해 수익성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코로나19로 인한 하락 장세에 주식을 저점 매수하려는 개인들의 매수운동)이 불거지며 증권사들이 호실적 성적표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전년 대비 65.0% 급증한 4256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KB금융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증시 호황으로 인해 수탁수수료 수익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 순수수료수익은 916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8% 확대됐다. 이 가운데 수탁수수료는 142.9% 급증한 5953억 원에 달했다. IB(투자은행) 수수료는 4.1% 증가한 2783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관련 손실 비용을 반영하며 전체 순이익이 29.9% 감소해 1548억 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수수료수익(7406억 원)이 45.6% 늘었지만 라임 펀드 관련 손실 비용에 전체 순이익이 역성장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4분기에만 라임TRS 관련 손실 1153억 원 등 1287억 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지난해 라임TRS 관련 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손실은 지주사들간 경쟁 순위마저 뒤바꾼 격이 됐다. 신한금융은 신한금융투자의 손실로 전체 손실이 발생해 406억 원의 실적 격차(순익)로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다. KB금융은 이번 실적발표 이후 신한금융을 제치고 2017년 이후 3년 만에 순이익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금융은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손실비용을 4725억 원 반영한 반면 KB금융은 관련 손실이 거의 없어 격차가 벌어졌다. KB증권의 경우 무역금융펀드로 인한 충당부채로 320억 원을 설정하는 데 그쳤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 순이익(6065억 원)이 19.2% 증가하는 등 비은행 계열사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음에도 라임 관련 손실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신한금융투자의 이번 손실은 금융지주사들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이 일제히 마이너스 성적을 내면서 더 부각됐다. 지난해 은행들은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대출부실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고, 거액의 희망퇴직 비용 발생 등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신한은행은 순이익(2조778억 원)이 10.8% 줄어 4대 은행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신한금융투자는 향후 손실 규모 예상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앞서 손실로 일정 금액을 반영해온 만큼 추후 라임관련 손실이 더 커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선보상 등에 손실금이 반영된 부분이 있어 이후 손실 규모는 추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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