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 AI 무인매장 오픈…국내 최초 자체 개발 기술 적용
[더팩트|신촌=이민주 기자] 하나로마트가 마트 업계 최초로 자체 기술을 적용한 '한국형 인공지능(AI) 무인매장' NH AI Store를 선보였다.
8일 서울 마포구에 들어선 NH AI Store를 찾았다. 해당 매장은 농협 하나로마트가 AI 무인매장인 '아마존 고' 기술을 한국 소비자들의 패턴을 고려해 개선해 완성한 미래형 점포다.
현재 하나로마트 신촌점 내부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매장의 첫인상은 마트보다 일반적인 편의점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직원이 서 있는 계산대 대신 지하철 개찰구와 비슷한 형태의 입구가 가장 먼저 고객을 맞는다.
앞서 편의점 업계에서 먼저 도입한 무인 점포와 차별점도 눈에 띈다.
기존 무인매장의 경우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거나 QR코드를 제시해야 매장에 들어설 수 있지만, 이곳은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발열 체크만 하면 입장할 수 있다.
출입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앱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은 물론 자신 명의의 카드를 등록할 수 없는 유치원생, 초등학생들도 손쉽게 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QR코드 사용이나 앱 인증을 어렵게 느끼지만, 카드나 간편결제 사용은 익숙하게 여긴다"며 "특히 가입 신청이나 앱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고려해 결제 및 입장 방식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매장 내 매대는 우유와 음료, 즉석식품, 라면, 과자 등 주로 크기와 무게, 모양이 일정한 공산품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가공식품과 비교해 유통기한이 짧은 도시락은 오후에만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
기존 무인매장 대비 간편한 결제 방식 역시 NH AI Store의 특장점으로 꼽힌다.
소비자가 구매를 원하는 물건을 담으면,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집기가 달린 센서가 이를 자동으로 인식한다. 일일이 바코드를 찍지 않아도 된다.
출구에 서면 결제 키오스크에 자동으로 상품 명세가 뜨고, 이를 확인한 후 결제하면 된다. 신용카드나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중 선택할 수 있다.
빠른 결제 시스템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20대 남성 고객은 "무인 매장이라는 시스템이 생소했지만, 물이나 음료 등 간단하게 살 수 있는 상품들을 별다른 절차 없이 구매할 수 있어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반인 같이 결제' 시스템 역시 NH AI Store만의 차별점이다. 동반인이 각자 물건을 고른 후 '같이결제'를 누르면 점선으로 표시된 원안에 있는 인원이 고른 상품이 함께 정산된다.
무인매장의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센서의 정확도도 만족스럽다.
진열된 건전지를 외투 주머니에 넣고 출구에 서 보니 고른 상품 수량과 가격 정보가 결제 키오스크를 통해 제공됐다. 천장과 선반 위에 설치된 30여 대의 카메라와 매대마다 설치된 저울이 고객의 특징을 인식, 선택한 물건의 무게와 모양, 크기 등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매목록을 생성한다.
다만, 상품을 집어 다른 사람에게 건넬 경우 처음 상품을 집어 든 사람을 결제자로 인식하거나, 제품의 위치를 바꿀 경우 기존 위치에 진열된 제품의 가격으로 인식하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매장에서 진열된 커피와 우유 위치를 바꾼 뒤 우유 자리에 있는 커피를 선택했을 때 센서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물론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남아 있다. 구매한 상품을 교환하거나 반품하기 위해서는 매장 내 고객센터를 이용해야 한다. 마트와 비교해 제한적인 판매 상품 수 역시 향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하나로마트는 시범 운영 결과를 테스트베드로 삼아 하반기부터 독립형 매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통해 하나로마트의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나로마트 운영사 농협중앙회는 이성희 중앙회장 주도로 유통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유통 개혁과 디지털 혁신을 위한 4대 추진전략 및 실행과제를 수립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여러 지방 매장에서 구인난을 겪고 있다. 팔 물건이 없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며 "AI 무인매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농촌 생활환경 개선 및 생필품 공급에도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기술을 들여와 AI 무인매장을 내놓는 타사와 달리 자사 매장에는 자체 개발 기술이 적용돼 매장 확대, 기능 개선 등이 용이하다"며 "시범 운영 중인 매장에서 고객들의 피드백, 개선사항을 수렴해 디지털 전환, 신기술 개발에 적용함으로써 앞으로 고객들에게 새롭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