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반사이익?' 이커머스 업체별 온도차 뚜렷

이커머스 업체들이 사업 구조와 품목별 수요 차이 등으로 지난해 엇갈린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1번가 제공, 더팩트DB

지난해 실적 뚜껑 열어보니…아이템별 수요 희비 극명

[더팩트|이민주 기자] 이커머스 업체들의 지난해 경영 실적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누렸을 것이란 시장의 전망과 달리 업체마다 다른 사업 구조와 소비자들의 품목별 선호도가 실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와 위메프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최근 지난해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11번가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8% 늘어난 5456억 원을 기록한 반면, 9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품목별 수요 격차로 발생한 투자 비용이 수익성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지난 2019년 대대적인 체질 개선 작업으로 당해 흑자를 기록한 이후 수익구조는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라며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 리스크'라는 변수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쇼핑 수요 증가로 이커머스 업계가 수혜를 입은 측면도 있지만, 사업 분야별로 살펴보면 '잘 되는 쪽'과 '안 되는 쪽'으로 극명하게 나뉜다"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생필품과 식료품 수요는 급증했지만, 패션과 뷰티, 여행, 숙박 분야는 감소 폭이 상당히 컸다. 수요가 늘어난 분야는 타사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줄어든 분야는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이커머스 업체들이 각사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팩트 DB

사업 구조 차이에 따른 실적 편차도 눈에 띈다. 직매입 이커머스 업체 쿠팡과 마켓컬리의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1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것과 달리 위메프의 경우 패션과 여행, 공영 분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신선식품 직매입 상품 비중은 5% 수준으로 낮다.

이 같은 사업구조는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위메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3864억 원이다. 이는 지난 2016년(2691억 원)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영업손실은 540억 원으로 전년(757억 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2018년(496억 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코로나19 덕에 전체 판매량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생필품이나 먹거리에 집중된 형태였다"며 "생필품과 신선식품을 직매입 판매하는 타사와 달리 자사는 파트너사를 통해 취급하고 있다. 오히려 자사가 강점을 가진 패션, 여행, 티켓 쪽이 위축되면서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형성장보다는 내실에 집중하는 쪽으로 체질을 개선했다"며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일명 '외형성장용 상품' 역마진이 나는 상품을 판매하는 등을 지양했다. 그 결과, 4분기에 의미 있는 수준의 손익개선 효과를 누렸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가 코로나19 수혜를 누렸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업체가 가진 강점이나 특성에 따라 코로나 여파는 다르게 나타났다"며 "지난해는 이커머스 성장의 기회이면서 위기였다.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각사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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