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다수 글로벌 기업과 협업 검토 중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글로벌 IT 기업 애플이 기아와 '애플카(가칭)' 생산을 골자로 협상 막바지 작업에 접어들었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일각에서는 "섣부른 예단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3일(현지시간) 복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기아의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조립공장에서 자사 브랜드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를 생산하는 방안을 두고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애플은 오는 2024년을 기점으로 애플카 생산에 돌입할 예정으로 아직 기아 외에도 다른 완성차 제조사와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과 현대차그룹 간 협력을 점치는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 로이터통신 등 다수 외신에서 애플이 오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현대차 또는 기아가 첫 파트너사로 낙점될 것이란 보도와 관련 보고서가 나왔다.

일각에선 양사가 순수 차량 생산을 넘어 전기차의 핵심인 베터리 개발 분야에서도 양사가 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궈밍치 대만 톈평국제증권 연구원은 지난 2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의 첫 자율주행 전기차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제작될 것"이라며 부품 설계는 현대모비스가, 생산은 기아가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가총액 규모만 2조 달러를 넘어선 글로벌 IT 기업과 국내 완성차 업계 1위 기업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도 요동쳤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경우 지난 8일 전날 종가 대비 각각 19.42%, 18.06%의 상승률을 보이며 이례적인 급등세를 보였다. 기아 역시 4일 장중 한때 전날 대비 13%의 상승률을 보이며 사상 처음으로 주당 10만 원을 넘어섰다.

각종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협상 당사자로 거론되는 애플과 현대차, 기아는 '애플카 협상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각각 지난 8일과 20일 공시를 통해 "(애플과 협상 관련)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다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고, 기아 역시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과 관련 여러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9일로 예정된 CEO인베스터 데이에서도 애플과 협업 이슈에 관한 별도의 설명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협상 당사자로 거론되는 애플과 기아 양측 모두 자율주행 전기차 협력과 관련한 공식적인 제스처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 성사를 단정하는 식의 보도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라며 "특히, 기업 간 대규모 협상 건의 경우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사전 보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섣부른 예단이 초래할 부작용이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애플카 이슈와 관련해 완성차 업계는 물론 전장,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면서 "그러나 현대차그룹 역시 '전동화 전략'을 최우선 경영 실천 과제로 제시한 상황인 데다 애플의 주문자위탁생산(OEM)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 만큼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