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2구역 최대 분양가 3.3㎡당 3200만 원 수준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사업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앞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흑석2구역 주민들을 상대로 법적상한 용적률 120% 완화, 최대 50층 등의 공공재개발 사업 내용을 설명한 바 있다. 사업 자료에는 공공재개발 시 법적상한 초과적용률을 적용해 용적률을 높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흑석2구역 주민들은 준주거지역 상한 용적률 500%의 120%인 600%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알려진 정부의 제시안은 조합원들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일조권 등을 이유로 용적률은 450%대로 조정됐고, 최고 층수도 40층 수준으로 제시된 상태다. SH 측은 "용적률과 층수 확보를 위해 노력했는데 최대한도가 그 정도로 나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분양가를 두고도 논란 일색이다. 정부는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의 60%로 책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해 주민들의 화를 키웠다. 흑석2구역 인근 아파트인 '흑석 아크로리버하임', '흑석한강센트레빌' 전용면적 84㎡ 시세는 16억~20억 원 수준으로, 이를 반영한 흑석2구역의 최대 분양가는 3.3㎡당 3200만 원에 불과하다.
흑석2구역 조합원들은 "재산 손해가 크다면 공공재개발을 택할 필요가 없다"면서 "주민동의율 75%를 확보해 민간 정비사업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진석 흑석2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 또한 "정부가 정책을 발표했으면 세부적인 지침을 만들어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 상태로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흑석2구역 추진위는 조만간 SH와 만나 사업 계획안에 대해 논의 후 앞으로의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SH 측은 용적률과 분양가 관련 협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주민들은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사업 포기 수순을 밟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 분위기다.
흑석2구역에서 잡음이 일자 업계 전체도 술렁인다. 별다른 이점이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공공재개발을 포기하고 민간사업으로 전환하는 구역들이 더 나올 수 있다. 지난 14일 흑석2구역을 비롯해 △양평13구역 △용두1-6구역 △봉천13구역 △신설1구역 △양평14구역 △신문로2-12구역 △강북5구역 등이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된 상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비사업에서 관건은 주민 동의를 얻는 것인데 일반 재개발보다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하는 등 소셜믹스를 둘러싸고 주민 간 의견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흑석2구역 외 강북5구역, 용두1-6구역 등 다른 후보지에서도 공공재개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면서 "흑석2구역이 공공재개발 포기를 확정하면 다른 구역 사업 추진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정식 설명회도 하지 않은 상태고 공식적으로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단지의 연락도 받지 못 했다. 아직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설 이후 본격적으로 주민 설명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차와 시간상의 이익을 잘 설명해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서울시 또한 공공재개발 후보지들에 코디네이터를 파견하는 등 주민들의 견해에 더욱 귀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측은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데 공공과 주민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비사업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정비사업 추진 시 발생될 수 있는 갈등 상황에 대해 사전에 예방하고 그에 대해 선제적 대응을 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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