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올해 6조8533억 원 매도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코스피지수가 3200선도 넘어서는 등 최근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최근 연기금의 매도 행렬이 지속되며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증시 안정성 등을 이유로 시장 내 연기금의 증시 참여가 높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해 들어 6조8533억 원(지난 22일 기준)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이 16조3500억 원을 사들인 것과 비교했을 때 대조적이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거의 한 달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이달 25일까지 19거래일 연속 순매도 했다.
기관투자자들 가운데 연기금의 매도규모는 압도적인 편이다. 연기금은 대표적으로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국민연금 비중이 나머지 기금 대비 많은 비중을 차지해 이른바 연기금의 '큰 손'으로 꼽힌다.
연기금의 최근과 같은 매도 행렬은 자금운용 계획에 따라 주식 보유비중 증가분을 조절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연기금의 경우 사전에 정해진 보유 비중에 따라 자금을 운용한다. 따라서 주가가 오르면 자산규모가 증가하기 때문에 정해진 보유비중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의무적으로 줄여야한다. 즉, 주식이 떨어지면 매수해 채우고 급등하면 팔아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투자 행태다.
개인투자자들은 개인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약화된 상황에서조차 연기금이 매도를 지속하면 증시 하락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최근 코스피지수가 치솟고 있어 자산규모 증가로 인해 연기금의 매도가 커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주식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기관 매도세가 상승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개미들이 죽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우려를 표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연기금이 올해 국내 주식보유 목표 비율을 전년 대비 낮추는 추세를 보여 향후 매도 가능성은 더 커졌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해 자산배분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지난해 17.3%에서 16.8%로 0.5%포인트 줄였다. 사학연금은 지난해 19.3%인 목표 보유 비중 수치를 올해 18.6%로 낮췄고, 공무원연금공단도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지난해 말 20.6%에서 2024년 말까지 12.2%로 낮추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을 위해 연기금이 증시에 현재보다 더 유입돼야한다는 시각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연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금이 증시에 유입돼야 한다"며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의 증시 참여는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탄탄한 수요 기반을 조성해 증시의 질적인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수행해야 할 역할상 증시가 오를 때 팔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승기에 팔아 자금을 모아놔야 향후 주식시장에서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기금이 위험을 분산해야 하는 원칙론 등에 입각해 글로벌 자산배분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연기금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증시가 하락할 때 1조 원 넘게 사들이는 등 증시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해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주체가 세운 원칙에 따라 투자행위가 진행돼야 한다"며 "역할과 계획이 있으므로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