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약관대출 가산금리 1~2%대로 내려
[더팩트│황원영 기자] 보험사가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약관대출로 고금리 이자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다만,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급증으로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에 나선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대출이 막힌 소비자들이 보험사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효과' 우려도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이 금리확정형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를 낮춘 데 이어 최근 흥국생명, DGB생명, KDB생명, 처브라이프생명 등이 금리를 낮췄다.
KDB생명은 지난 1일 약관대출 가산금리를 기존 2.44%에서 1.99%로 0.45% 포인트 낮췄다. 같은 날 처브라이프생명도 가산금리를 2.3%에서 1.99%로 하향 조정했다. 흥국생명과 DGB생명은 각각 2.6%, 2.5%에서 0.61%포인트, 0.51%포인트씩 내렸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계약자가 가입한 보험상품의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통상 가입한 보험 해지환급금의 50~95% 이내에서 대출이 이뤄진다. 별도 심사 없이 본인확인 절차만 거치면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고, 중도 상환 수수료 없이 언제든 상환할 수 있다.
다만, 시중 은행 대비 고금리(5~8%) 대출에 속하고, 경기가 하락할 때 늘어나는 형태를 보여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대출자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땐 보험 계약이 해지돼 보험 본연의 역할인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서는 보험사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금리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받는 대출인 만큼 보험사의 리스크가 적은 데도 신용대출보다 높은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생보사의 보험약관 대출금리가 높다며 산정체계 개선을 추진해왔다. 금리확장형 보험계약대출에만 부과하는 금리변동위험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키로 한 것이다.
보험사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서민경제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보험계약대출 금리를 차례로 내리기 시작했다.
삼성생명(0.48%포인트), 한화생명(0.47%포인트) 등은 지난해 6월 약관대출의 가산금리를 낮췄다.
이어 지난해 말 교보생명(0.26%포인트), 푸르덴셜생명(0.01%포인트), 오렌지라이프생명(0.01%포인트), IBK연금보험(0.02%포인트) 등도 약관대출 금리를 줄줄이 내렸다.
보험계약대출 금리는 판매 보험 상품의 예정이율(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장하는 금리)에 가산금리(신용도 등 조건에 따른 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따라서 가산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금리도 낮아진다.
다만, 이런 행보는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 강화와 배치된다. 금융당국은 빚투 열풍으로 은행 신용대출이 보름 만에 2조 원가량 불어나는 등 과열 조짐이 보이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보험사 대출 규모도 늘고 있다. 지난해 보험약관대출액은 19조6087억 원으로 전년(18조5552억 원) 대비 5.7% 증가했다. 금리 인하로 대출이 막힌 소비자들이 약관대출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은 금리가 높고 보험계약자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투기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며 "고금리 대출 이자로 논란이 됐던 만큼 금리 인하로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