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임대차법 후폭풍…집주인 세입자 간 갈등·소송 불가피
[더팩트|윤정원 기자]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주택 임대 사업자로 등록했다면 전세 계약 갱신 시 이전 임대료의 '5% 이상 올릴 수 있다'는 법원의 조정 결과가 나왔다. 경우에 따라선 지난해 7월 통과한 임대차2법이 임대사업자와 계약을 맺은 세입자에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적잖다.
22일 대한주택임대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전세보증금 인상과 관련해 임대사업자 A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그의 손을 들어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서울의 한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보증금 5억 원에 세입자를 들였고, 2019년 1월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재계약을 앞두고 주변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기존 5억 원에서 8억 원으로, 3억 원 인상하겠다고 했다. 2019년 10월 23일 이전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면 기존 계약이 있더라도 임대사업자 등록 뒤 체결하는 첫 번째 계약을 '최초 계약'으로 보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입자는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기존 보증금의 5%인 2500만 원만 올릴 수 있다고 맞섰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새 임대차법 해설서에서 "민특법상 임차인이라고 하더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이 배제되지 않는다. 임대료 상한 5%가 적용된다"라고 안내한 것을 바탕으로 한 주장이다.
이에 법원은 소송 전 당사자 간 조정 절차를 통해 A씨의 주장대로 보증금을 3억 원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고, 정부의 해석이 법원의 판단으로 흔들리면서 전국에 160만여 가구를 등록한 임대사업자(53만 명)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당장 재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집주인은 법원, 세입자는 정부의 해석을 주장한다면 갈등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앞서 정부의 말을 믿고 임대료 상한 5%를 지켜 재계약한 임대사업자는 피눈물을 흘리는 처지다. '5%룰'을 지키느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계약서를 쓴 경우,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물기도 쉽지 않은 탓이다.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현재 국토부 법원의 '판결'이 아닌 '조정 결과'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토부는 "법원의 조정 결정이기 때문에 정부의 유권해석을 파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새 임대차법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법원 판결에선 정부의 입장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최초 임대료에 대한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며 "재계약과 신규 계약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갈등의 소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법이 다시 보완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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