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상장에 드라이브건 한화종합화학…엇갈리는 적정 '몸값'

한화그룹은 지난 2014년 삼성그룹의 화학사업 인수 당시 약정에 따라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더팩트 DB

"4~5조 원 적정" vs "실적악화로 4조 원 이내"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한화종합화학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으로 행선지를 정해 IPO(기업공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증시입성을 목표로 내건 한화종합화학을 둘러싸고 기업가치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종합화학이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국내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한화가 증시 입성을 위한 본격적인 밑그림을 그리면서 올 상반기 중 상장 예비심사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3분기 중 증시 입성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종합화학의 IPO추진은 지난 2014년 삼성그룹의 화학사업(옛 삼성토탈·삼성석유화학) 인수 당시 약정에 따른 것이다. 한화종합화학의 전신은 1974년 설립된 삼성종합화학으로, 삼성그룹 아래에 있다가 지난 2015년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삼성그룹은 6년 전 방산·화학 부문을 한화에 넘기며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남겨뒀다. 양측은 당시 '2021년 4월 말까지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하겠다'는 내용을 계약 내용에 포함했다. 상장 기간은 한화 측 요청에 따라 최대 1년 연장이 가능하다. 상장이 무산될 경우 삼성그룹은 보유 지분을 일정 금액으로 한화그룹에 되파는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예상 기업가치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4조~5조 원 정도를 한화종합화학의 적정 몸값으로 추산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회사인 한화토탈을 통한 2차전지 소재 사업 기대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및 친환경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2차전지 시장 성장 기대감 등이 한화종합화학의 투자 포인트로 부상했다.

또한 한화종합화학의 주요 주주인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지난 2018년 보유 지분 24%의 매각을 추진할 당시 평가한 기업가치가 4조 원에 달한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예상 기업가치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팩트 DB

반면 실적악화와 동종 기업 주가수익비율 등을 고려하면 4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도 있다.

주력사업 부진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돼 지난해 한화종합화학의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시장에서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화종합화학은 페트병 원료인 PTA를 주력제품으로 제조하는 회사다. PTA 시장은 원자재 가격, 전방산업 동향 등에 따라 비교적 실적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이같은 글로벌 시장환경에 동종업계로 분류되는 롯데케미칼 역시 어려움에 처해있다. 롯데케미칼의 현재 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이 0.75배 수준이다. 지난해 저점 대비 주가가 3배 가까이 상승했음에도 PBR이 1배에 미치지 못한다. PBR이 1미만이면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미친다는 뜻이다.

다만, 향후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수소사업의 속도감 있는 성장이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한 상장을 통해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면 최근 당면한 재무부담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고, 시장에서 기업가치에 대해 높게 평가를 받는다면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나 오너일가 회사인 에이치솔루션에도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이번 IPO를 통해 삼성그룹과 약속을 지키는 한편 투자 재원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신사업인 수소사업을 키우고 내부적인 재무 부담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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