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패션1번가 →폐업1번가' 된 명동…H&M·유니클로 이어 이랜드까지 철수

코로나19 장기화에 패션1번지 명동의 불이 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한 상가에 임시 휴업 안내문이 붙여져 있는 모습. /더팩트 DB

대형 패션 매장도 존폐 기로…업주들 "버티기 한계"

[더팩트|한예주 기자] '입점 문의', '임시 휴업' 등.

국내 '패션1번지'로 꼽히던 명동에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붙어있는 문구다. 한때 몰려드는 해외 관광객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던 명동 상권은 내수침체 장기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몰려있다.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의 매장 방문이 끊기면서 각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매장을 철수하거나 임시 휴업에 돌입했다.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인건비와 각종 운영비를 감당하는 것보다 몇 달간 문을 닫는 것이 더 낫다"고 입을 모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지난해 기준 명동 상권의 매출은 전년 대비 90% 이상 급감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1750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당시, 명동은 한류의 성지이자 글로벌 관광지로 꼽혀왔다. 1년여 만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명동 지역 한 소상공인은 "지금은 손님보다 매장을 운영하는 인력이 더 많은 상황이다. 다들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여파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명 브랜드 매장에도 예외없이 찾아왔다. 과거 명동 거리에 위치해 '안테나숍'(소비자의 선호도나 반응 등을 파악하는 매장) 역할을 톡톡히 해오던 대형 패션 매장들 역시 인건비·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폐업을 선택했다.

가장 먼저 국내 최초의 신인 디자이너 편집숍으로 이름을 날린 '에이랜드'가 2006년부터 운영해온 명동점을 폐점했으며 후아유, 게스 등 굵직한 의류 매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랜드의 신발 편집숍인 '폴더'도 명동에서 철수했다. 이랜드는 명동 내 폴더 두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2호점은 지난해 9월 뉴발란스 매장으로 탈바꿈했으며 11월엔 결국 1호점의 셔터를 내렸다.

이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명동 상권이 많이 죽었다"면서 "폴더는 온라인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과 상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전략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안테나숍 개념으로 명동 매장들을 운영했지만, 결국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을 내걸거나 휴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오는 31일을 끝으로 유니클로 명동점은 문을 닫게 된다. /더팩트 DB

스웨덴 패션 브랜드 H&M의 국내 1호 매장인 명동눈스퀘어점 매장도 지난해 11월 마지막 영업을 했다. H&M 명동 눈스퀘어점은 H&M이 2010년 국내에 진출하면서 연 첫 매장으로 상징성이 큰 매장이다.

유니클로 역시 실적 부진 속 오는 31일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인 '명동중앙점'의 문을 닫는다. 이 매장은 2011년 지하철 명동역 6번 출구 인근에 문을 열어 첫날 매출 20억 원을 올린 유니클로의 대표 매장이다. 라메르 등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이 풀리면 소비자들이 길게 대기열이 늘어서 화제가 된 매장이기도 하다.

이렇듯 지난해부터 고객 발길이 끊겨 유령상권이 된 명동 소재 상가들은 급격히 공실률을 높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명동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9.9%를 기록했다. 한한령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2016년 2분기(11.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명동 거리의 소규모 상가들이 두드러지게 비어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서울 명동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2분기 0%에서 3분기 28.5%로 치솟았다. 소규모 상가 10곳 중 3곳이 비어있는 상황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패션 브랜드들은 명동이 가진 상징성을 고려해 안테나숍 개념으로 매장을 운영해오고 있었다"면서 "코로나19 여파에도 매장을 유지해왔지만 어려운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결국 폐업을 내걸거나 휴업하고 있는 매장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공실이 속출하면서 소비자들도 쇠락을 체감하고 있다.

평소 명동을 자주 찾던 직장인 박현진(30·가명) 씨는 "사람이 바글바글하던 명동거리가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볼 때면 매번 감회가 새롭다"면서 "주요 패션·뷰티 매장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있어 굳이 명동을 찾을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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