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달 유통산업법 처리 방침…업계 "산업 전반 위축 불가피"
[더팩트|한예주 기자] 정부가 다음 달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출점과 영업규제 강화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유통업계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커머스 채널을 통한 생존방향을 모색하던 유통기업들은 더욱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여당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규모 점포에 대한 추가 영업 규제가 필요하다며 새해 들어 다시 규제 고삐를 좼다.
현재 국회에는 유통법 개정안 14건이 계류 중이다. 대부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대규모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 선임된 홍익표 의원은 최근 복합쇼핑몰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SSM)에 대해 심야 영업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일 지정이 가능한데, 이 규제 대상에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홍 의원은 또 기존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상업보호구역으로 확대 개편하도록 했다. 상업보호구역은 전통시장 외에도 상점가 등 기존 상권이 형성된 지역을 추가 지정할 수 있고, 대규모점포 등록을 금지할 수 있다. 대신 신도시 개발 등 상업기능 확충이 필요한 지역은 상업진흥구역으로 지정해 등록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동주 의원은 복합쇼핑몰은 물론 백화점, 아울렛, 전문점, 보세판매장(면세점)까지 영업 규제대상을 넓히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최근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정호 의원은 대규모점포 등록을 제한할 수 있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범위를 기존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1㎞ 이내에서 20㎞ 이내로 넓히는 법안을 내놨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선 스타필드, 롯데몰 등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은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아야 한다. 업계는 한목소리로 "주말 매출이 평일에 3배를 웃도는 상황에서 주말 영업이 제한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복합몰 월 2회 의무휴업이 적용될 시 연간 매출이 4851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의무휴업을 실시하고 있는 대형마트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1회 휴무 시 점포당 피해액은 대략 3억3000만 원에 이른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이마트 160개(트레이더스 포함), 홈플러스 140개, 롯데마트 116개 등 대형마트 3사 전체 416개 점포의 피해액은 모두 1372억8000만 원이나 된다. 연간으로는 3조2947억 원의 매출이 감소하는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입점업체의 피해로 이어진다. 업계는 임대로 영업하고 있는 몰 자영업자 역시 1개 점포당 수천만 원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백화점, 아울렛 등 규제 대상이 넓어진다면 타격은 더욱 크다.
온라인 쇼핑 업계도 마냥 웃을 수 없게 됐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만이 대상이었던 기존 상생법을 온라인까지 확장해 관련 규제 법안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소비자 피해 책임을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지도록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쿠팡과 마켓컬리, 쓱(SSG)닷컴 등 새벽배송 업체들이 타깃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이 수수료와 광고비 부과 기준, 상품 배열·순위 방식 등을 공개토록 하는 온라인플랫폼 통신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등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비대면 일상화와 근거리 소비 확산에 맞춰 추진해온 신사업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보다 합리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복합쇼핑몰은 고객 체험에 특화된 업태로 하향세에 접어든 오프라인 유통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면서 "여기에 온라인 플랫폼마저 규제에 매몰된다면 유통 산업 전반이 위축될 뿐 아니라 소비자 편익에도 역행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