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호텔·면세사업 실적 부진…롯데는 신중한 입장
[더팩트|한예주 기자] '뉴롯데'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추'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도 호텔롯데의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떨어진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기업공개(IPO)가 불가피해져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중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3년을 맞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의 '키 포인트'로 꼽히는 호텔롯데의 상장은 답보상태다.
호텔롯데는 현재 롯데그룹의 중간 지주회사 격으로 롯데지주, 쇼핑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가지고 있다. 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일본 광윤사가 가지고 있어 지배구조 논란에 서 있었다.
자금 흐름의 종착지가 일본이라는 점에서 '국적 논란'을 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롯데 계열사가 호텔롯데로부터 배당으로 챙겨간 규모가 10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필수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주주 구성이 바뀌고, 일본 지분이 희석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 2017년 롯데지주를 출범시킨 이래 지속적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 왔다.
특히, 신 회장이 강조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호텔롯데 상장이 중요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 따르면 롯데지주 ESG 등급은 B+로 롯데 계열사 중에서 최하위권이다. 그 중에서도 지배구조(G) 영역이 B등급으로 부진하다.
하지만 호텔롯데 상장은 코로나19라는 변수에 봉착하면서 크게 틀어졌다. 상장에 필수적인 수익성 측면에서 호텔롯데의 양축인 호텔과 면세점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실제 호텔롯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81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급감했다. 영업적자도 4632억 원에 달한다. 상장을 위해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해 말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특히, 한신평은 호텔롯데의 실적이 크게 쪼그라들면서 차입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조7000억 원으로 전년 말 6조8000억 원 대비 크게 늘었다. 한신평 측은 "영업현금창출력이 크게 약화된 가운데,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인해 IPO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지연되며 높은 재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당분간 호텔롯데의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진정이 선결 조건이며, 현재 호텔롯데의 사업 확장 시도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투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축 사업인 면세·호텔·롯데월드·리조트 등 4개 사업부문 모두 코로나19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코로나19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실적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해결이 우선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롯데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IPO를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는 지속 내비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실시한 고강도 인적쇄신에도 호텔롯데 상장에 중추적 역할을 할 핵심 인사는 전원 유임시키면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과 함께 호텔롯데 상장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그룹의 '재무통'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사장)은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부사장과 롯데호텔 글로벌 사업을 이끄는 김현식 대표이사 전무 역시 인사 대상에서 빠졌다.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한 전반적 실적 부진에도 재신임 받는데 성공했다. 지주에서 BU, 각 사업부로 이어지는 '호텔롯데 상장 드림팀'도 그대로 유지됐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롯데는 지배구조 개편뿐 아니라 신용도 회복을 위해서라도 IPO가 불가피해졌다"면서 "기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판단 지표로 ESG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는 만큼, 호텔롯데의 빠른 사업 정상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좀 진정되서 업황이 개선되고 실적도 개선돼야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직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