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지원결과 영업이익 18배 이상 폭증
[더팩트│황원영 기자] 그룹 총수 일가 회사를 부당 지원한 KPX그룹 계열사가 16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10일 KPX그룹 계열사 진양산업에 과징금 13억6200만 원, 지원을 받은 CK엔터프라이즈에 2억7300만 원을 각각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과징금 한도치다.
KPX는 1980년대 강제로 해체된 국제그룹을 모태로 둔 화학분야 중견 기업집단이다. 2019년 말 기준 자산총액 2조3000억 원으로 27개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CK엔터프라이즈는 양규모 KPX그룹 회장(6%)과 그의 장남 양준영 부회장(88%) 등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양산업은 CK엔터프라이즈에 베트남 현지 법인 비나폼(Vinafoam·진양산업 100% 자회사)에 대한 스폰지 원료의 수출 영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진양산업은 스펀지 제조에 필요한 자재를 매입해 40% 이상 마진을 붙여 비나폼에 수출하고, 현지법인은 제품을 생산해 창신·태광실업 등 국내 신발제조업체에 납품해왔다.
진양산업은 비나폼에 수출하던 자재 중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의 수출 영업권 일부를 지난 2012년 CK엔터프라이즈에 넘겼다. 2015년 8월부터는 PPG 수출 영업권 전부를 CK엔터프라이즈에 무상으로 양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PPG 수출 영업권의 가치를 36억7700만 원으로 평가했다.
PPG 수출 영업권 이관 결정은 2개 회사 모두에서 재직하던 임원에 의해 이뤄졌다. 관련 계약 체결이나 대가 지급은 없었다.
심지어 2016년 12월까지는 CK엔터프라이즈에 실무 인력이 없어 다른 계열사 직원이 수출 업무를 대신 수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같은 일감몰아주기에 따라 CK엔터프라이즈의 매출액은 대폭 증가했다. 2011년 CK엔터프라이즈의 매출액은 부동산임대업에서 발생하는 3억2700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가 시작된 2012년 43억7400만 원으로 13배 이상 뛰었다. 2012→2018년 부동산 임대업 매출액은 3억3100만→3억400만 원으로 제자리걸음이었지만, PPG 수출 매출액은 40억4300만→67억9500만 원으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지원행위로 잠재적 경쟁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막는 등 시장의 공정성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CK엔터프라이즈가 지주회사인 KPX홀딩스 지분 확보에 활용함으로써 동일인 장남의 기업집단 KPX에 대한 경영권 승계 발판을 마련했다고 봤다.
양 부회장의 KPX홀딩스 지분율은 2011년 5%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 안팎(양준영 부회장 10.4%, CK엔터프라이즈 11.24%)으로 올라갔다. 양규모 부회장→CK엔터프라이즈→KPX홀딩스→KPX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강화한 셈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처는 법 위반 감시의 범위를 중견 기업 집단으로까지 넓혀 건전한 경쟁 질서 확립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중견 기업 집단의 부당 지원 행위를 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겠다"고 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