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안그래도 어려운데…" 수장 없는 위메프·홈플러스, 해법있나

홈플러스와 위메프가 대표이사 부재 속에 새해를 맞으면서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더팩트 DB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사임…박은상 위메프 대표 8개월째 휴직 중

[더팩트|이민주 기자] 홈플러스와 위메프가 나란히 '리더 공백'이라는 위기에 직면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건강상 이유로 장기 휴직에 들어간 박은상 대표의 복귀가 불발되면서 리더 없이 새해를 맞이했고, 홈플러스는 '비정규직 제로 일등공신'이자 홈플러스의 '올라인'화를 이끈 임일순 대표가 돌연 사직 의사를 밝히며 경영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진 상황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부재까지 겹치면서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전략 수립에도 비상등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돌연 사임…"경영공백 없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8일 열린 임원 대상 화상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취임 3년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임 대표의 사임 날짜는 이르면 이번 주 중순으로 예정됐다. 임 대표는 2021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사업전략에 대한 최종승인을 마무리하고 회사를 떠날 전망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임 대표는 이미 지난 하반기부터 회사 측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임 대표의 퇴임 사유와 관련해 "개인적인 사유"라고 밝혔다.

임 대표는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에 떠나게 되어 임직원과 주주사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남은 임직원분들께서 홈플러스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올라인 전략을 지속적으로 잘 수행 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비(非) 오너가로서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깬 유통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지난 2017년 10월 대표자리에 오른 임 대표는 재직 기간 중 홈플러스를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올라인(ALL-line) 미래유통기업'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플러스 스페셜, 코너스 등 효율화된 모델을 내놓으며 매장 다양화에도 기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는 비대면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점포 유휴공간에 '풀필먼트 센터'를 조성해 늘어난 배송 수요에 대응하기도 했다.

홈플러스의 성장을 이끈 임 대표가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홈플러스도 급히 신임 대표 후보와 접촉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각 사업부문장을 중심으로 올해 사업전략을 완성했다. 이를 실행함에 있어 경영공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맡을 인물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역량과 경험을 갖춘 다수의 후보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왼쪽)는 지난 8일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무기한 휴직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제공, 더팩트 DB

◆ 위메프, 대표 휴직에 부사장 대행 체제만 8개월째

위메프 역시 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8개월째 휴직을 이어가면서 새해에도 '리더십 부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위메프를 이끌어온 박 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무기한 휴직에 들어갔다.

박 대표는 당시 직원들에 보낸 메일을 통해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에 부재한 지 좀 됐다"며 "(2020년) 7월에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회복이 늦어져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최대한 몸을 추슬러서 회사에 다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위메프는 박 대표가 쉬는 동안 별도로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부문별 조직장 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의 건강이 회복되면 휴직 기간 중이라도 바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의 휴직은 길어졌고, 결국 위메프는 발표 두 달만인 지난해 8월 하송 부사장의 대표이사 직무 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대표의 장기간 부재로 어수선해진 조직을 재정비하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일각에서는 '대표 교체' 가능성을 점치는 관측도 나온다.

위메프는 지난해 10월 주주총회를 열고 하송 위메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위메프 3인 사내이사는 박 대표, 하 부사장, 류제일 원더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다.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하 부사장이 이사회에 입성하면서, 하 부사장이 차기 대표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대표 교체설'이 불거졌다.

위메프 측은 "새 대표이사 선임은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가 지난해 37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도 이렇다 할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 코로나19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대표 부재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며 "조직장, 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규모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대표가 반년 넘게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이커머스 업체가 코로나19를 기회로 경쟁력 확대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위메프도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 마케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노조 출범 등 지난해 내홍을 겪은 위메프인 만큼 직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리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minju@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