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용량 제각각 또는 다른 약 병행 치료…실제 약 효과 파악 못 해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구충제 이버멕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을 최대 80%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의학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4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은 영국 리버풀대학의 바이러스 전문학자 앤드루 힐 박사의 연구를 인용해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중증환자의 치료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버멕틴은 미국 머크사의 의약품으로, 다양한 기생충을 구제하는 데 쓰는 구충제 성분이다. 주로 이나 옴, 강변 실명증, 분선충증, 림프사상충증 및 기타 기생충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데일리메일은 힐 박사가 전체 임상시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버멕틴이 투여된 환자 573명 중에서는 8명, 위약(placebo)이 투여된 환자 510명 중에서는 44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힐 박사는 이버멕틴이 환자의 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제거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집트와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등에서 코로나19 환자 140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시행됐으며, 이버멕틴을 투여한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투여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두 배가량 빨리 사라졌다.
이집트에서 경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이버멕틴이 투여된 100명은 5일 안에 코로나19가 사라졌지만 위약이 투여된 100명은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데 10일이 걸렸다.
중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이 이버멕틴이 투여된 100명은 6일, 위약이 투여된 100명은 12일이 소요됐다. 방글라데시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 임상시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의뢰한 것으로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했다.
다만 의학계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꼽혔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도 실제 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임상시험 역시 이버멕틴 처방 용량이 제각각이거나 다른 약 등과 병행해서 치료된 경우가 있어 실제 약의 효과를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역시 지난해 4월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에 대해 아직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약제에 대한 연구단계의 제언이지 임상에 검증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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