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매출 '0' 하나투어, 면세점 빚까지 떠안아…총체적 난국

코로나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은 하나투어가 자회사인 SM면세점의 빚 일부를 떠안기로 하면서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한예주 기자

인천국제공항 방 빼며 생긴 SM면세점 위약금 떠안아

[더팩트|한예주 기자] 하나투어가 자회사 SM면세점(에스엠면세점)의 빚 일부를 떠안기로 하면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하나투어의 자금난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하나투어는 면세부문 자회사인 SM면세점의 채무 220억2254만 원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SM면세점은 하나투어 종속회사로, 하나투어가 지분 90.13%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투어가 끌어안게 된 채무는 SM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사업으로 인천공항공사와 계약 체결한 임대보증금 보증서 금액 및 기업일반대출금이다.

하나투어 측은 "원채무자의 누적 손실로 인한 채무상환 여력 악화에 따라 연대보증인으로서 채무를 이행한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2014년 8월 SM면세점을 설립하고 야심차게 면세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SM면세점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을 접었고 7월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연장 영업 및 재입찰 포기를 선언했다. 곧이어 10월엔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과 2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운영을 종료했다. 사업장이 전부 사라진 만큼 SM면세점은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6년간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한 해도 이익을 거두지 못한채 설립 6년 만에 청산 여부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SM면세점은 당초 제2터미널 출국장과 제1터미널 입국장만큼은 안고 가겠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인천공항과의 갈등으로 방을 빼게 됐다. SM면세점이 임차료 50% 감면 정책에 대한 소급적용을 요청했지만 인천공항이 이를 거절하며 영업부진과 임차료 부담을 견딜 수 없었다는 이유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상반기 인천공항이 입점 면세점 임대료를 대·중견기업은 50%, 중소기업은 75%로 감면키로 결정하고 업체들과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SM면세점이 입찰 구역은 중견·중소기업으로 묶어 놓고 임차료 감면을 차등 적용한다고 반발하며 빠진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SM면세점이 지난해 9월 2터미널 출국장과 1터미널 입국장의 영업을 이어가려 했으나 인천공항이 임차료 50%를 감면하는 협약을 소급적용해달란 SM면세점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내·외국인 입출국객 수 급감에 따라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임대료 등 정부 지원에는 배제된 점이 결정타가 됐다"면서 "최근 몇년간 적자폭을 줄이면서 재도약을 꿈꿨던 SM면세점 측에서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 측은 현재 인천공항 측에 임차료 감면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하나투어의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에스엠면세점이 지난해 7월 철수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모습. /에스엠면세점 홈페이지 캡처

현재 하나투어 측은 보증금과 미납 임차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진행하고 있다. 인천공항 측에 임차료 감면을 요청하는 등 자구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

다만,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SM면세점뿐만 아니라 하나투어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영향에 대부분 여행사가 고사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1위 여행사 하나투어도 SM면세점의 채무를 끌어안을 만한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하나투어의 실적은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하나투어의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302억4000만 원으로 적자 폭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91.7% 커졌다. 누적 손실은 1095억8000만 원에 달하며, 매출은 100억7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5% 급감했다.

작년 3분기 전체 송출객 수는 약 1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7% 줄었다. 특히 패키지 송출객 수가 928명으로 99.8% 감소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해 4분기에도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하나투어의 아웃바운드 패키지 이용객수는 424명으로 여전히 전년 대비 99.77% 급감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기준 예약률은 11월 -98.2%, 12월 -99.8%, 1월 -98.4%을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하나투어는 여행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나선 호텔, 면세점 등 문어발식 확장을 해왔다"면서 "코로나19 이전에도 자회사들이 발목을 잡아왔는데 코로나19로 여행업계 전반에까지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당분간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현재 하나투어가 비축해 놓은 자금은 대략 2000억 원 가량이다. 지난해 2월말 IMM PE로부터 1289억 원의 자금을 미리 수혈해 놓았다. IMM PE가 '하모니아 1호 유한회사'라는 블라인드 펀드 성격의 사모펀드를 만들고 국민연금과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하나투어 지분 16.67%를 보유하는 구조로 자금을 투입해 놨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발생이 전무한 상황에서 분기당 평균 발생 비용은 약 500억 원으로, 확보한 유동자금으로 비용절감을 유지할 경우 최대 1년은 버틸 수 있을 것"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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