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걸 LF 회장, 잇단 '자사주 쇼핑'…'승계 시나리오' 구체화하나

계열사를 통해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온 구본걸 LF 회장이 2021년 경영 승계를 위한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LF 본사 모습. /한예주 기자

구 회장, 계열사 통해 꾸준히 장내 매입…증여도 잇따라

[더팩트|한예주 기자] 구본걸 LF 회장이 가족회사를 통해 연이어 주식을 매입하면서 LF그룹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LF 주가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 추후 지분 스왑이나 매도 차익 등에 유리한 환경이 마련되면서 '자사주 쇼핑'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진 가운데 올해 역시 경영 승계를 위한 물밑 작업에 속도를 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F네트웍스는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시작해 12월 11일까지 24차례에 걸쳐 LF 주식 113만 주를 사들였다. 또 다른 계열사인 태인수산 역시 4월부터 LF 지분을 15만4000주 매입했다.

두 계열사 지분을 합치면 4.39%로, 구본걸 LF 회장과 그의 둘째 동생인 구본순 전 고려조경 부회장, 셋째 동생인 구본진 전 LF 부회장에 뒤이어 가장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LF는 구 회장이 지분 19.11%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구본순 전 부회장이 8.55%, 구본진 전 부회장이 5.8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 외 공익재단인 연암학원이 0.04%를 보유한 것 외엔 모두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LF네트웍스와 태인수산은 사시상 구본걸 회장의 개인회사다. 태인수산은 구본걸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LF네트웍스는 구 회장과 그의 형제 자녀들이 지분 77%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LF네트웍스는 최근 LF와 함께 대형 개발 사업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LF가 75%, LF네트웍스가 25%씩 지분을 투자한 합작회사를 만들어 전라남도 광양시에 2000억 원을 투자해 복합관광단지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LF네트웍스는 LF와 함께 사업을 하면서 사업 덩치를 키우고, 동시에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LF의 성장을 염두에 둬서 저점일 때 주가를 사들이는 것이라는 분석과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LF에서는 이미 지난해 초에도 승계를 위한 준비 운동이 감지됐다. 구 회장의 아들인 구성모 씨의 보유 지분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구 씨는 현재 LF 주식을 직접적으로 1.18%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초부터 승계를 위한 준비 운동을 하는 듯한 구 회장의 행보에 업계에서는 개인회사를 이용하면 충분히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사진은 구본걸 LF 회장. /더팩트 DB

지난해 5월과 10월 주가가 바닥을 쳤을 당시 구 씨가 두 차례에 걸쳐 부친과 조모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으면서 이 같은 관측은 한층 설득력을 얻었다.

앞서 구 회장과 모친 홍승해 씨는 LF 지분을 2세들에게 잇따라 증여한 바 있다. 홍 씨는 지난해 10월 손자이자 구 회장의 조카인 구성모 씨에게 남아 있는 LF의 주식(2만1415주)을 모두 증여했다.

한때 LF네트웍스의 최대주주였던 홍 씨는 그 동안 보유했던 LF 관계사 지분을 차례로 증여해 왔다. 지난해에는 소유 주식 10만3415주 중 8만2000주를 구민정·성모·수연·경모 씨 등 구 회장의 자녀와 조카들에게 넘겨줬다. 지난 5월에는 구 회장이 LF 주식 24만 주를 민정·성모 씨에게 12만 주씩 증여하기도 했다.

LF의 행보에 속도가 붙은 이유로는 코로나19으로 LF 주가가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승계에 유리한 환경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LF는 2006년 LG상사로부터 분할돼 유가증권시장에 주당 2만 원에 재상장된 이후로 2020년 초까지 만 15년간 단 한 번도 주당 2만 원선이 무너진 적이 없다. 2010년 한때는 주당 5만4700원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12월 30일 종가 기준 LF는 1만4700원을 기록했다. 한때 한주당 8860원선까지 밀려나기도 했지만, 이후 완만하게 상승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주당 1만4000원~1만6000원 주가를 회복한 상태다. 그럼에도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LF 주식 가치를 평균적으로 주당 3만 원 내외로 평가하고 있다. 상승 여력이 약 100% 열려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태인수산의 경우 따로 공시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LF의 지분 매입 과정에서 거듭 차입에 나선 점 등을 비춰봤을 때 태인수산은 수익성이나 현금창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여러 안팎의 상황을 고려할 때 태인수산은 이윤추구 대신 특정목적을 위해 설립된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구 회장의 아들(성모 씨)의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태인수산과 LF네트웍스의 지분까지 합치면 의미여러 안팎의 상황을 고려할때 있는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올해에도 승계를 위한 발판을 밟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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